도시의 전족 Urban-binding #14

불균형

by Celloglass

기반시설을 아는가?

도로, 철도, 항만, 공항과 같은 사회기반시설과 광장, 공원, 학교 등 도시기반시설이 있다. 이런 시설들이 잘 갖춰질수록 사람이 모이고 도시가 생긴다.


이런 공공의 개념이 불균형을 이룬다면, 그건 공공이라 볼 수 있는가.


서울의 지하철역 시설은 지역마다 차이가 크다. 강남을 지나는 버스의 배차 간격과 강북으로 이어지는 버스의 배차 간격이 다르다면 이미 불균형이 드러난 것이다.


김포골드라인으로 출근하던 시민이 실신하는 상황이 뉴스에 나온 적이 있다. 사업성 때문에 김포골드라인의 수송 능력을 최소한으로 계획했을까?


사람이 많은 강남역이 크고 넓은 것은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청담역처럼 길고 깨끗하며 전시공간까지 마련된 역이라면 조금 다르게 느껴지지 않나?

같은 공공시설이지만 어느 곳은 여전히 지상철로 남아 비 오거나 궂은 날씨 속에서 추위와 싸워야 한다. 반면 청담역은 거리가 멀어도 지하로 대부분의 길을 안전하게 이동한다.

유독 그곳에만 사람들이 밀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만 문화시설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공공성의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공공이란 이름이 무색하다.


성북구에서 일을 할 때다. 사무실 인근에 재벌가가 소유한 한옥집이 있었다. 그 집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어 서울시 지원을 받아 수리했다. 저녁이 되면 순찰차가 집 앞 대문을 지켰다. 공권력이 사설 경비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문화재 인근에는 소화전이 존재한다. 화재 시 소실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소화전은 늘 문제였다. 반경 5미터 이내 주차 및 물건 적치가 금지되어 있었는데, 길 한가운데 설치된 탓이다. 옆 건물에서 주차가 조금만 튀어나와도 분쟁이 발생됐다.


길은 공공의 것이지만 그 집 앞에서는 사유의 것이 된다. 세금을 많이 내면 공공을 사유화해도 되는 걸까. 재벌이라는 이유로.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화가 났다. 왜 공공의 길을 저들의 눈치를 봐야 되는가.
저들은 매주 월요일 집에서 회의라도 있으면 길 자체를 자신들의 주차장처럼 줄지어 사용하면서도, 이웃 주민들이 그랬을 때는 경고 방송과 신고를 해댔다.


하루는 그냥 주차하고 올라갔다. 5분도 지나지 않아 소방차들이 들이닥쳤다. 모두 긴급 화재라도 난 것처럼 흥분된 상태였다. 순찰차가 아닌 화재진압반이 출동한 것이다.


내 차를 부수려 했던 걸까. 아니면 들어서라도 옮기려 했던 걸까.


수십 년 전 얘기가 아니다. 지금도 그 집 앞은 순찰차가 사설 경호처럼 지킬 것이다. 동틀 때까지.


계엄 이후 국가가 혼란할 시점에 공관 근처에서 감리를 하고 있었다. 비좁은 도심지는 늘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골목길에 잠시 주차를 했다. 경비가 나와 여기 주차하면 안 된다고 했다. 감리 때문에 잠깐 왔다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유는 이곳에 사는 분들이 알면 큰일 난다는 것이다. 얼마나 높은 분들이 사는지 아느냐는 말까지 했다.


내가 미련했다. 그 빌라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어야 했는데, 나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뒤돌아오면서 좀 슬펐다. 본인도 가족이 있을 텐데, 스스로를 노비처럼 말씀하시니.


우리도 안다. 사람 위도 없고, 사람 아래도 없다는 것을.
누군가는 부당하면 부당하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은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쉽게 인정해 버린다. 좋은 게 좋은 거란다. 왜 나서서 분란을 만드냐고 말한다.


이런 인식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래서 우리의 공공은 공공을 위한 게 아니다.


부의 크기에 맞춰진 듯 불공평하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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