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지구 설정은 왜
상업과 업무를 위한 공간을 집중하기 위해 우리는 상업지역이라는 용도를 따로 지정해 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주상복합’이라는 형태가 등장했다.
주거와 상업이 혼합된 이 구조는, 주거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던 업자들의 시선을 상업지역으로 옮기게 만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같은 면적의 땅이라도 상업지역은 직주근접, 높은 용적률, 높이 제한의 완화가 가능하다.
즉, 더 높게, 더 많이 지을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해운대 앞바다에 마천루가 들어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상업지역은 어디까지나 상업과 업무를 위한 공간이다.
주거를 포함할 경우, 법적으로 여러 제약이 따라붙는다. 이 제약은 분양자 입장에서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그래서 업자들은 다른 선택을 했다. 조금 낮은 분양가라도 분양이 가능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 바로 비주거, 특히 숙박시설을 활용한 ‘주거 유사 공간’이다.
이 과정에서 비주거의 변신이 시작됐다.
내부는 분명 주거시설의 형태를 갖췄고, 시간이 지나며 규제가 완화되자 이제는 주거와 다를 바 없는 ‘비주거형 주거시설’이 대량으로 생겨났다.
이제 우리는 어디서든 주거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곳은 주거지역이 아니지만, 더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되었고, 때로는 ‘하이엔드’라는 이름으로 아파트보다 더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상업지역은 애초에 상업과 업무 기능을 위해 더 높은 건폐율, 용적률, 그리고 완화된 높이 규제를 제공받는다.
그런데 지금 그곳에서, 비주거라 불리는 공간이 실질적인 최고급 주거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이 동네 대장이다.”
이럴 거면 왜 굳이 지역지구를 설정해 도시계획을 유지하려 하는가?
왜 사람들을 헷갈리게 비주거를 만들어 주거와 혼동하게 만드는가?
일반인들은 주거와 비주거의 차이를 모른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평생 모은 돈을 그 공간에 투자하게 된다.
정책이 바뀔 때마다 그들은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이고, 정책 실험의 피해자가 된다.
물론 투자의 주체는 개인이다. 책임도 그들에게 있다.
하지만 제도는 과연 공정했는가? 분양사업자에게만 유리하게 기울어진 구조는 아니었는가?
만약 제도에 흠결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미래를 위한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