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폐율, 용적률, 층수제한, 고도제한
대지 위에 건물을 지을 때는 건폐율이 적용된다. 대지의 밀도를 규정하는 개념으로, 어느 정도의 면적까지 지을 수 있는지를 정하는 수평적 기준이다. 용적률은 그 수평적 기준을 층층이 쌓아 올렸을 때, 즉 수직적 규모를 규정한다.
어떤 지역은 층수나 높이를 제한하기도 한다.
이 기준들은 도시계획에서 정해지는데, 지나치게 산수적인 방식으로 제시된다. 예컨대 건폐율 50%, 용적률 200%, 층수 4층, 높이 12미터 이하. 누가 봐도 용적률 200%를 4층으로 나누고, 한 층을 3미터로 가정해 곱셈을 해놓은 듯한 인상이 강하다.
건축 설계 의뢰를 받고 규정을 검토하다 보면 이런 단순 계산식 같은 기준을 마주하게 된다. 도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규정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우리나라 대표 주거형태인 아파트는 오랫동안 ‘성냥갑’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요즘 세대는 성냥 자체를 잘 알지 못하지만, 작은 직사각형 상자를 층층이 쌓은 모습이 아파트와 닮아 붙은 별명이다. 차별성 없이 다 같아 보이는 아파트를 비꼬는 표현이다.
남향을 위해 거실과 안방이 배치되고, 그 뒤로 주방과 욕실이 자리 잡는다. 반대편에는 방이 1~2개 더 붙는다. 지금은 구축 아파트에서나 볼 법한, 이른바 ‘2베이’ 평면의 정석이었다.
2베이는 말 그대로 두 칸의 공간을 맞붙인 형태다. 지금의 4베이 구조와 비교하면 답답해 보이지만, 좁고 길게 배치해 많은 세대를 수용하려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가장 경제적인 평면이었다.
이 때문에 2베이 아파트는 긴 복도를 따라 세대가 배치됐고, 그 모습이 마치 닭장을 연상시켜 ‘성냥갑’ 다음으로 비난받는 대상이 됐다.
이런 천편일률적인 풍경 뒤에는 앞서 말한 산수적 도시계획이 자리 잡고 있었다. 1970~80년대 급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도입된 정책의 산물이었지만, 그 잔재가 여전히 작동하는 듯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긴 복도의 판상형 아파트는 외면받는다. 요즘 세대는 계단형 타워형 구조가 아니면 분양조차 힘들다. 프라이버시가 중요해지고, 모든 방의 채광과 조망이 요구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최근 아파트는 경관심의를 통해 입면 특화를 심사받는다. 성냥갑, 닭장의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하지만 대부분 저층부 4층까지는 외장재를 붙이고, 그 이상은 여전히 콘크리트 벽체에 페인트로 마감된다. 페인트 패턴 변화로 이미지를 바꾸려는 수준이니, 심의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노고만 더해지는 셈이다.
산수적인 도시계획 속에서도 각 분야는 나름의 경제성과 타협을 찾으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런 도시계획은 신도시에서 여전히 발견된다. 단독주택지나 근린상가지역은 나누기만 하면 모든 규정이 딱 들어맞는다.
건축법은 변화해 왔다. 면적 산정에서 제외되는 부분이 생겼다. 설비시설 공간이나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등이 그렇다. 하지만 건축면적에는 설비공간은 산입된다. 그래서 지침상의 용적률을 온전히 채우기 어렵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지침대로만 하면 됐지, 왜 다 채우려 드느냐.”
“200% 이하지 200%를 다 쓰라는 게 아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당신 집도 꼭 그렇게 지으라고 말하고 싶다.
문제는 이런 택지를 LH가 개발해 분양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용적률 200%가 보장된 것처럼 계산된 땅값으로 매입한다. 그러나 막상 설계를 하면 180%밖에 지을 수 없다면, 그 괴리를 누가 납득하겠는가.
층수 4층, 높이 12미터로 제한해 놓는다면 더 높은 층고를 기대했던 이들의 꿈을 꺾는 셈이다. 단독주택이나 상가주택을 꿈꾸며 땅을 산 이들이라면 허탈감이 클 것이다.
산수적인 도시계획은 여전히 반복되고, 새롭게 지정된다.
성냥갑, 닭장과 같은 일률단편적인 모습의 비난은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다.
시장 경제의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라, 국가 주도의 산수적 도시계획이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