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 안 하는 건축사
직장생활을 할 때 늘 감리업무를 도맡아 해왔다. 사무실에만 앉아 있는 게 답답하기도 했지만, 다들 일하는 시간에 바람 쐬고 나다니는 일은 늘 기분이 좋았다.
워낙 현장을 많이 다니다 보니 딱히 회사에서 배울 건 없었다. 도면대로 되어 있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거 아닌가. 설계보다 만 배는 쉬었고, 재미있었고 편했다.
가끔 외근 나가 맛있는 것도 먹고, 카페에 들러 더위를 식히는 시간은 사회 초년생에게 달콤한 휴가와 같았다.
근무경력이 쌓이고 중책을 맡게 되자 이제야 보였다. 왜 건축사가 직접 안 나가고, 왜 나를 내보냈는지. 그땐 몰랐지만, 대다수는 감리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대형사무소 경력만 가진 이들은 현장을 볼 일이 거의 없었다. 가더라도 대부분 도면 관련 미팅만 했을 뿐, 감리 업무를 수행해 본 경험이 없었다.
나는 여러 회사를 이직하며 팀장, 실장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본 건 단순했다. 믿고 감리를 맡길 만한 직원이 있으면 계약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예 감리계약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감리를 회피하는 건축사가 생겨난다.
현장에서 들었던 얘기도 있다. “철근 배근이 @150이라 배근했는데 130mm, 140mm 간격이 나왔다고 다시 하라고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구청 대행을 하는 건축사에게서.
나는 말했다. “@ 150은 최대 간격 150mm라는 뜻이지, 150mm 정확히 맞추라는 게 아니다.
150mm 간격을 맞추는 게 이상적이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니 여유 치를 생각해야 하고 그래서 150mm 이하가 맞습니다.” 하지만 결국 재시공 판정을 받아 철근을 걷어내고 다시 배근했다고 했다.
철근 배근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간격보다 이음·정착 길이다. 철근은 운반을 위해 일정 길이 이상 생산하지 못한다. 그래서 늘 겹침이음으로 배근한다. 이 내용은 구조도면 맨 앞, ‘구조일반사항’에 기준이 명확히 적혀 있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다. 설계자조차 이름만 보고 목차쯤으로 취급한다. 어떤 도면은 아예 다른 현장명으로 제출되기도 한다.
차라리 ‘구조중요사항’이라고 써야 보려나 싶다.
전원주택 잡지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분이 있다. 프로젝트가 수록되거나 인터뷰가 실린 걸 보고, 엄청난 설계비를 받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주택 설계는 박리다매가 아니면 유지가 안 된다.
설계비가 작다 보니 감리 포함 계약을 해놓고, 준공 전 한 번 밖에 안 나간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이유는 교통비도 안 된다는 것이다.
중대형 건축물은 더 심하다. 감리 계약은 하지만 본인이 직접 나가지 않는다. 임시 계약직을 쓰거나 직원만 내보낸다. 직원이 상주하고 본인은 비상주로 한 번씩 방문하면 되지만 그것조차 귀찮은 일로 취급한다.
뭐가 됐든 감리를 기피하거나 감리자가 현장을 나가지 않는 건 직업윤리에 어긋나며, 계약 위반 및 건축법 위반이다.
그런 사람은 감리자도, 건축사도 아니다.
*다음 주부터 월, 목 연재로 변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