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쫄지 말자 영어 글쓰기

by 셀셔스

미국에 공부하러 왔으니 당연히 영어로 글쓰기는 피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영어 교육은 영어 작문을 가르쳐주진 않았지만, 눈부신 기술의 발전이 다행히도 나를 도와준다. 파파고(Papago)는 네이버의 번역 서비스, 퀼봇(Quillbot)은 영어 문장을 유려하게 바꿔주거나 패러 프레이징 해주는 서비스, 그리고 그래멀리(Grammarly)는 문법과 글의 흐름에 맞게 영어 문장을 수정해 주는 서비스이다. 유학 와서부터는 그래멀리를 쭈욱 유료로 사용하고 있다. 우선, 영어 문장으로 초안을 작성하고 그래멀리로 수정을 한다. 그리고 퀼봇으로 필요시 2차 수정을 한다. 논문에 나오는 뻔한 문장들을 카피할 때도 퀼봇을 이용하여 표절을 피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파고로 영한 번역이 잘 이뤄지는지, 그리고 한국어로 쭉 보며 글에 내 생각이 잘 담겼는지를 확인한다. 중요한 에세이나 논문을 써야할 때는 영어 교정 전문 업체에 많게는 60-70만원을 주고 첨삭을 받았다.


ChatGPT가 나오며 더 이상 이런 모든 과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Revise this (고쳐줘)라고 하면 챗지피티가 유려한 영어 문장으로 바꿔준다. 대충 써도 알아서 찰떡 같이 해준다. Wirte an email for sick leave (병가 이메일 써줘)라고 하면 역시 챗 지피티가 쭈욱 유려한 문장으로 써준다.




얼마 전 인턴십을 지원서를 써야 했는데 내가 영어로 초안을 쓰고 챗지피티에게 고쳐달라고 했다. 그리고 영어 원어민이자 박사급 고등 교육을 받은 친구에게 읽어봐 달라고 했다.


그의 첫 질문은 "너 챗지피티 썼지?"


나는 아니라고 딱 잡아뗐지만, 내 영어 실력을 알고 있는 그는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그가 말하길 "네가 영어로 썼다기엔 너무 완벽해. 솔직히 원어민인 내가 고쳐준 것보다 나아."





지난 1월, 학교 교수님과 챗지피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버드에서는 수업요강에 "ChatGPT 사용 금지"라는 문구를 추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MIT, UCLA, UT Austin의 컴퓨터 공학과 교수들이 쓴 다음의 논문을 읽어보라고 하셨다.


대규모 언어 모델에서 언어(language)와 사고(thought)를 분리하는 것 : 인지적 관점




이 논문에 따르면 사람의 말은 두 가지로 구성된다고 한다.


말 = 생각 + 표현


'논문에 따르면 챗 지피티는 표현은 유려하게 할 수 있지만, 생각을 못한다. 그래서 '뉴진스의 Hypeboy가 조선시대 인기가요'라는 식의 엉뚱한 소리를 해대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놀라워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챗지피티를 거짓말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생각’ 담긴 영어 문장을 주고, 이를 고치라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의 영어의 한계는 생각이 아니라 '표현'의 문제이다. (우리가 영어를 못하지 사고의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다.) 언어적 표현은 사람이 언어를 듣고, 읽고, 이를 밖으로 표출하는 학습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챗지피티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느 인간보다 영어 표현에 대한 학습을 많이 했다.


엊그제 영어로 논문을 쓰면서, 챗지피티에게 계속해서 문장을 고치라고 시켰다. 내 초등학교 수준의 영문을 고등 교육을 받은 성인 수준의 유려한 영문으로 바꿔주는 챗지피티를 보며, 우리가 구글 없이 살 수 없는 것처럼, 이제 챗지피티 없이 살 수 없는 시대가 왔음을 느꼈다. 나는 영어 원어민이 아닌 우리에게 훌륭한 영작 선생님이 생겼음이 기쁘다. 한국인의 뛰어난 논리력과 사고 능력에 세계 최고의 영어 달변가 챗지피티가 합쳐지니, 원어민 앞에서 적어도 글쓰기로는 절대로 기 죽을 필요 없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국 생존 필수 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