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바른 발음보다 더 중요한 것.
나의 미국인 친구 제이는 내가 이웃나라 J국을 역사적 이유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을 이해를 못한다. 그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주인공들이 기모노를 입은 왜색 짙은 애니메이션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거부감이 든다. 그에게 왜 내가 이웃나라 J국을 안 좋아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만약 캐나다 오타와(Ottawa)를 미국이 침공하면, 캐나다 사람들이 미국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물었다. 물론 '오타와'를 한껏 굴려서 발음했다.
제이 "뭐? 오타와? 너가 무슨 소리하는 지 모르겠어."
나 "오.타.와! 캐나다의 수도"
제이 "아~ 캐나다의 수도는 오타와가 아니라 ‘아로아'라고 발음해야 해"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영어 사전을 찾아보았다.
영어사전에서 오타와를 검색하고 스피커 버튼을 눌러 보면 들어보면 ‘오타와’가 아니라 진짜 ‘아로아’라고 발음한다. 한국에선 '아로아'라고 하는 사람 정말 단 1명도 못봤다.
캐나다의 수도는 ‘오타와’가 아니라 ‘아로아’였다.
미국에 처음 왔을 일본인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conservative'를 '컨절베이티브'라고 하니, 일본인 친구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한참 설명하니 '그 단어는 컨서버티브 라고 해야 해’라며 내 발음을 수정해 주었다. conservative는 중학교 필수 단어이다. 우선순위 영단어 책으로 중학교 1학년 때 이 단어를 처음 배운 후 십수 년 가까이 컨절베이티브 가 틀린 발음이란 걸 깨달을 기회가 없었다. 이 단어를 글로만 배웠지, 듣거나 말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일본인 특유의 억양을 갖고 있고 나보다 발음이 안 좋았다. 다른 나라도 아닌 이 나라 사람에게 영어로 지적당하다니... 속으로 살짝 분했다.
오타와나 컨절베이티브는 영어를 배울 때 혀에 버터 바른 소리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단어를 어떻게 읽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기업의 중책 중에는 중국인이나 인도인, 히스패닉 계열이 매우 많은데 그들은 매우 강한 본인들의 출신국 억양을 갖고 있다. 특히 히스패닉들은 R 발음을 보통 굴리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말이 잘 전달되기만 한다면, 아무도 그들의 억양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집중해야 할 것은 단어를 제대로 발음 기호에 맞게 읽고, 강세를 잘 주는 것이다. 안 그러면 못 알아 듣는다.
좀 진부한 이야기기지만 한글은 충분히 영어를 소리 나는 대로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글자 체계인데 100% 활용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가령 ‘버스(bus)’는 ‘버ㅅ’, ‘바나나(banana)’는 ‘버내너’라고 표기하는 게 더 적절한 표기일 것이다. 캐나다도 '캐나다(canada)'가 아닌 '캐내다' 일 것이다. 새삼 한글을 발명한 세종대왕이 얼마나 위대한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