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가장 당황한 문화는 누가 뭐래도 팁 문화일 것이다. 나는 유학 오기 전까지 미국을 여행 조차 해본 적이 없어서, 팁에 대해선 소문(?)만 들었고 팁을 내본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남들이 하는 걸 보고 눈치를 보고 따라 했다. 살다 보니 여러 상황과 장소에서 팁 문화가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다.
우선, 가장 기본은 레스토랑 안에서 먹고, 이를 서버가 서빙을 해줄 때는 팁을 줘야 한다. 이 팁 문화 때문인지 식당에서 밥 한 끼 먹는 것조차 한국과는 너무 달랐다.
1) 안내 직원이 몇 명인지 일행수를 물어보고
2) 직원이 안내를 해준다. 단, 직원이 안내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3) 자리에 앉으면 서버가 다가오고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비슷하다.
4) 음료를 뭘 마실지 꼭 물어본다. 꼭 음료 안 마셔도 되고 Just a water이라 대답해도 무방하다. 처음에 압박감에 아무 음료나 시켰는데, 그럴 필요 없다.
5) 메뉴판을 보고 있으면 서버가 다시 와서 뭘 먹을지 물어보고 주문을 한다.
6) 음식을 가져다준다.
여기까지도 별 다를바 없다.
7) 음식을 먹고 있다 보면, 음식이 괜찮은지 서버가 한번 확인하러 온다. 이게 참 곤란한게, 맛 없어도 얘기하기가 좀 힘들다. 한번 고기가 쌔까맣게 태워서 나와서 서버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떫떠름한 표정으로 새걸로 갖다 준다. 영어로 불평불만하기에는 입심이 딸리니, 입으로만 웃으며 오른손으로 따봉하나 해주는게 가장 속 편하다.
8) 다 먹은 것 같으면, 서버가 나에게 영수증(check)을 갖다주고, 나는 결제할 카드를 서버에게 준다.
9) 서버가 가서 카드를 긁는다. 이때 서버가 긁은 카드 금액은 아직 확정된 금액이 아니며 변동 가능하다.
10) 서버가 카드와 영수증 2장, 그리고 펜을 갖다 준다. 영수증 두 장을 보면 Merchant copy, Customer copy라고 되어있는데, 머천트 카피에 Tip란과 Total란이 공란으로 되어 있다.
예시 사진에서 팁을 18% 주기로 정했으면, Tip에 8.76$, Total에 57.43$ 을 적는다.
11) 머천트 카피 영수증과 펜을 테이블에 두고 그냥 나가면 된다. 그러면 내가 적은 최종 금액(57.43$)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이제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도대체 몇 프로를 줘야 할 건가? 한국인으로서 팁이 익숙하지가 않아서 아깝다는 마음이 무럭무럭 솟는다. 솔직히 그냥 안 주고 싶다. 우리 엄마는 "나는 팁 때문에 미국은 못 살겄다~"라고 한다.
그러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미국에서 서버는 최저임금이 매우 낮은 직업이라 팁을 받지 않고는 생계유지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식당 안에서 식사하는 것 외에도, 배달 업체 이용, 우버나 리프트 같은 차량 서비스를 이용 시에도 줘야 한다. 배달업체와 우버, 리프트는 특히 라이더에게 임금을 매우 짜게 준다고 하며 이들 역시 팁이 주 생계유지 방법이라고 하니 팁을 안 줄 수가 없다. 그런데 막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은, 손님이 그들에게 팁을 얼마를 주었는지 깜깜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도 플랫폼 업체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2023년 5월 현재, 보스턴에서는 보통 18%를 기본으로 준다. 즉, 3만원짜리 음식을 먹으면 총 35,400원을 내야 한다. 정말 최악의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는데 심지어 그때도 12%를 줬다. 뉴욕의 기본 팁은 현재 20%에 육박한다는 카더라를 들었다.
팁을 안 내고 식사를 하려면 테이크 아웃을 해야 하고, 음식을 직접 픽업 가야 한다. 스타벅스나 던킨 도너츠와 같은 직원이 서빙을 해주지 않는 카페에서는 팁을 주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테이크 아웃 매장에서도 마지막 결제 화면에서 팁을 요구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팁을 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사실 안 줘도 된다!)
팁 문화는 심지어 미국 사람들도 싫어한다고 하며 코로나 기간 동안 더 심해졌다고 한다. 적정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고용주의 역할을 손님에게 떠넘기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