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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셔스 Jun 09. 2023

상대방이 야비해도 너는 프로페셔널해야 해

미국 직장 생활 생존기 (1)

나는 연구 센터에서 두 명의 보스와 일하며 프로젝트를 각 1개씩 하고 있다.


프로젝트 1. 여자 보스/ 리더: A / 서포트: 나
프로젝트 2. 남자 보스 / 리더: D /  서포트: 나



남자 보스가 여자 보스보다 직급이 더 높고 결정권이 여러모로 더 많은 사람이다. 만약 굳이 여자 보스와 남자 보스 두 명 중 한 명에게 잘 보여야 한다면 분명히 남자 보스다.


프로젝트 1을 함께하는 A는 똑똑하고, 착하고, 일도 매우 잘한다. 협조도 너무 잘된다. 그래서 A와 하는 프로젝트는 진도도 팍팍 나가고, 여자 보스는 늘 나의 결과에 만족스럽고 나를 일도 잘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프로젝트 2이다. D는 한마디로 애가 얍실하다.솔직히 내가 하는 말을 종종 못 알아듣는 거 보면 머리가 그렇게 좋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런데 회의 시간에 무조건 코멘트도 하고, 질문도 하고, 남자 보스는 D의 코멘트를 매우 좋아한다. 다른 미국의 연구기관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와서 경험치가 높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영어도 유창하다. 참고로 A는 남미 출신, D는 중동 출신이다.


프로젝트 2 회의를 벌써 한 세 번 정도 했는데 D가 발표를 하느라, 내가 한 걸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나는 실컷 밤새서 회의 준비했는데, 사람들이 D가 업데이트한 걸로 토론하느라, 결국 내 걸 보여줄 기회는 단 10분도 없었다. 그러면 나는 피드백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내 작업을 발전시키질 못한다.


그래서 결국 내가 준비한 걸 프로젝트 리더인 D한테 보냈고, D는 그 결과를 자기 발표 자료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내가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여했던 수많은 작업들 분석 계획 - 분석 실행 - 아웃풋 정리 - 해석, 이 모든 과정을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라는 한마디로 D 가 발표를 해 버렸다. 유의하지 않으면 ‘이런 식으로 시도해보자’ 이렇게 나한테 제안을 해야 하는데, 내 분석 결과를 보고  본인의 연구 방향에 반영하여 자기 것만 업데이트를 해 버렸다!!!!!!


나는 영어가 부족하기 때문에 내가 D 때문에 겪고 있는 모든 것을 요령 있게, 부드럽게 남자 보스한테 얘기를 할 수가 없다. 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하면, 나는 일도 못하고 남을 험담하는 사람만 되어 버린다.  남자 보스가 나에게 '너의 일의 양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즉 한마디로 열심히 일을 안 한다라고 말했다. 영어가 유창하지 못한 나는 순간적으로 나 스스로를 방어를 못 했고 난 그냥 일을 열심히 안 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혔다.


남자 보스가 보기엔 D는 자기 일도 똑 부러지게 하고,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좋은 의견도 내는 괜찮은 사람인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 이해를 하기엔 아직 부족하고 경력도 없다. 겨우겨우 따라잡기도 바쁘고 내 할 일 하기도 바쁘다. 그래서 전체 회의에서 코멘트를 많이 하지 않고 보통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다. 그래서 보스한테 나는 회의에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고, 자기 일은 제대로 진행이 안 되는 사람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회의에서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 사람은 생각이 없고 스마트하지 못한 사람으로 간주한다.


나는 D도 착한 A와 비슷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이렇게  지난 2-3달간 겪은 일을 정리해 보니, 이  얍실한 D를 제대로 파악 못하고 내가 당한 것이다. D가 나에 대해 나쁜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나와 D는 서로 감정이 안 좋을  정도의 교류 자체가 없다. 다만, 그냥 원래 이렇게 약삭빠른 사람이고 남과 협조가 잘 안 되는 사람인 것이다.


나에게 사수가 있다. 얼마 전 사수가 나와 D에게 엄청 자세하고 친절하게 코멘트를 하는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는데, 역시 D는 "땡큐"라는 딱 한마디 성의 없는 답장을 보냈다. 사수도 D가 프로페셔널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덧붙였다.


D가 프로페셔널하지 못해도 너는 프로페셔널해야 해





이렇게 나한테 심각한 피해가 오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당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는 성실하고 우직한 사람은 굳이 나대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알아준다. 그러나 미국은 아니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D가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나는 절대 당하고 사는 성격이 아니다.


1. D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한다. D는 이메일 답장도 느리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나한테 응답이 없으면 그때는 보스한테 D가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된다고 나를 실드칠 수 있기 때문이다.


2. 내가 한 결과물은 절대로 D에게 먼저 보여주지 않는다. 무조건 전체 회의나 보스에게 먼저 보여주고 나서 D에게 공유한다. 이는 D가 항상 하는 패턴이다. 나를 존중을 안 하는 사람은 나도 존중할 필요가 없다.


3. 좀 힘이 들더라도 남자 보스와 다른 프로젝트를 하나 더 해서 내가 부족한 사람이 아닌 것을 보여준다. 기왕이면 A랑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의 복수의 맛을 봐라, 얍!



나의 복수(?) 경과는 앞으로 업데이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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