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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셔스 Jun 17. 2023

당신의 인종은 무엇입니까


오른쪽 흰 건물은 하버드 의대.

보스턴 롱우드(Longwood) 지역은 하버드 의대, 치대, 보건대학원과 하버드 부속 병원들이 위치한다. 브리검 여성 병원, 보스턴 어린이 병원, 다나 파버 암 센터, 그리고 베스 이스라엘 병원이 그것이다. 롱우드 지역에는 길을 가면 환자를 제외하고 10명 중에 9명은 의료기관 관련 종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미국 의사들은 ‘닥터’라고 대문짝만하게 적힌 붉은색 명찰을 하고 다녀서 길거리에서도 알아보기가 쉽다. 다른 직군들은 다른 색깔 명찰을 하고 다닌다.


이 동네를 어슬렁 거린지 2년 가까이 되었다. 그 동안 알게 모르게 관찰해 본 결과 의사들의 직급은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 그리고 교수까지 연령대에 따라 다양한데, 공통점은 남녀노소 관계없이 모두 준수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꼭 잘생기거나 예쁘진 않아도 외모가 멀끔하다. 하버드 의대생과 치대생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흑인은 거의 없고, 백인과 (동북) 아시아인이 주를 이룬다. 그 중에서도 주류라고 한다면 단연코 준수한 외모를 지닌 백인 남자일 것이다.


이게 과연 나의 편견인가? 찾아보니 나의 가설을 입증하는 근거들이 많았다.


일단, 의대 합격률부터 흑인이 가장 낮다.


출처: https://www.shemmassianconsulting.com/blog/medi

아시아인, 히스패닉, 백인의 합격률(accepted)은 40퍼센트 중반인데, 흑인은 40퍼센트 아래이다. 이 결과는 비교적 최근 결과이니 이전에는 아마 더 심했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의대 입시의 경쟁률은  한국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인데, 의대 입학에는 준수한 외모가 유리하다. 미국에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체제)에 가려면 대학교 때 학점이 만점 가까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리더십, 봉사활동, 연구 실적 같은 수많은 교과 외 활동을 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리더십은 중요 덕목 중 하나이다. 대학교 때 리더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준수한 외모가 유리하다.


또 하나 고려할 점은, 미국의 레지던트 매칭 시스템이다. 의대 졸업 예정자들은 수십 군데의 레지던트 프로그램에 서류를 넣고, 서류에서 통과하면 인터뷰 초대를 받는다. 당연히 하버드 부속 병원 레지던트 프로그램은 경쟁률이 매우 높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은  과장급, 선배 레지던트들, 즉 선배 의사들이다. 이들은 수십 명, 많게는 백 명 가까이를 인터뷰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모나 인종이 편향 요소로 작용한다고 한다.



듀크 대학교에 연구에 따르면 비만하거나 외모가 매력적이지 못할 경우 좋은 레지던트 프로그램에 매칭될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다인종 국가 미국은 외모 기준이 우리나라보다 더 관대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성공에는 타고난 요소인 인종과 심지어 외모적 요소까지 더해지니 씁쓸한 현실이다.


기숙사의 룸메이트가 흑인 의사였는데, 백인 환자들이 저 의사에겐 진료 안 받겠다고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다가오는 6월 19일은 1865년 6월 19일, 텍사스 주에 마지막으로 노예 해방 소식이 전해진 날을 기념하여 지정된 미국의 연방 공휴일로 준틴스(June teenth) 데이다. 미국의 노예 해방이 160년 가까이 되었지만 아직도 미국에는 암묵적, 직접적 차별이 존재한다.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나의 인종(race)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학교에 입학하면 첫 이메일을 받는다. “웰컴 투 피플 오브 컬러 커뮤니티(Welcome to People of Color Community)"라고 쓰여진. 인종차별을 없애자는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는 건 알겠지만, 내가 피플 오브 컬러라니...뭔가 충격적이었다. 피플 오브 컬러(People of color)는 굳이 번역하면 유색 인종인데, 나쁜 뉘앙스를 가진 컬러드 피플(Colored people)과는 다르다. 정의를 보면 사실상 백인 빼고는 다 피플 오브 컬러다.


근데, 솔직히 한국인인 배우 이영애가 왠만한 백인보다 더 하얗지 않나?


또한, 미국에 살게 되면 나는 계속해서 아시아인(Asian)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가 된다. 인도 사람, 베트남 사람, 한국 사람, 중국 사람 모두 같은 대분류다. 한중일까진 그렇다고 쳐도, 인도는 너무 다른데..... 단일 인종, 민족 국가에서 온 사람으로써 나는 모든게 참으로 낯설었다.


이 얘기를 영국에서 온 무슬림 친구랑 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말했다.


“그렇게 느끼는 건 너가 너희 나라에서 메이저(주류)이기 때문일거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문화 국가로 나아가는 우리나라에는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가? 나부터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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