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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셔스 Jul 08. 2023

미국의 좋은 점

외모 품평 금지

내가 한국에서 한평생 들어왔던 외모 품평, 외모 공격은 마음 속에 상처로 남아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늘 키가 컸는데, 놀랍게도 키가 커도 한 소리씩 듣는다. “너는 키가 왜 이렇게 커?” 키가 작은 사람에게 들어보니 키 작은 걸로 평생 지적을 받는다고 한다. 키는 유전 요소가 70퍼센트 이상으로, 내가 크고 싶어서 크는 것이 아니고 작고 싶어서 작은 게 아니다.


나는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살이 찌기 시작했는데 살에 대한 품평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여자가 덩치가 왜 이렇게 커?” 는 귀에 피가 날 정도다. 주로 키가 작으신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이런 말을 하신다. 솔직히 속으로는 '당신은 왜 이렇게 땅딸보세요?' 라고 하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너는 살만 빼면 괜찮은데”라는 소리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았고 과장 안 보태고 수백 번 들은 것 같다. 이런 말을 들으면 '당신 거울부터 보세요' 라고 하고 싶지만, 역시 절대 말할 수 없다. 이런 오지랖들이 본인들은 칭찬이고 관심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전혀 아니다.


나는 발이 작은데 “너는 키는 큰 데 발이 왜 이렇게 징그럽게 작아?” 심지어 발 사이즈마저 한 소리 듣는다. 이런 끝없는 외모 품평들은 내가 한국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계기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살, 피부, 키, 치아, 머리숱. 품평 대상에 예외는 없다. 피부가 여드름 피부면 “너는 피부가 왜 이렇게 안 좋아?” 피부가 짙은 색이면 “왜 이렇게 까매?”, 너무 말랐으면 “와, 뼈밖에 없다. 징그럽게 말랐다” 등등. 그 종류는 끝이 없다.


이런 품평을 듣는 것은 완벽하게 아름답다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친한 피부과 원장에게 들으니, 누가 봐도 예쁜 여자들도 이런 오지랖들에 상처 받고 진료실에 찾아온다고 한다. “너는 왜 이마에 흉터가 있어?” “너는 코만 좀 더 높으면 완벽할 것 같은데” “딴 덴 완벽한데 가슴이 A컵이네” 등등. 이런 소리를 들으니 다들 성형할 결심을 하는것이다. 그런데 또, 성형해서 예뻐지면 성형했다고 놀림받는다.  


너 쌍수했지?
웹툰 내 아이디는 강남 미인. 주인공 강미래는 못생겼다는 놀림에 성형을 하고 예뻐지지만 성괴라고 놀림 받는다.


유퀴즈를 보는데 장미란 선수가 수십 년 전 처음 역도를 시작할 때 이야기를 했다. 용기를 내어 역도장에 처음 발을 디뎠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우와 진짜 크다" 라고 면전에 대고 이야기 했다는 것이다.

출처 tvn 유퀴즈온더블럭

이 일이 수십 년이 지났을 텐데도 장미란 선수가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하는 걸 보면, 큰 용기를 갖고 처음 역도장에 찾아갔을 어린 소녀가 얼마나 상처가 컸을지 짐작이 간다. 막상 저 말을 했던 사람은 본인이 올림픽 역도 챔피언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는 것도 평생 모를 수도.



미국에서 이런 말들을 대놓고 하는 것은 차별이다. 직장이나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저런 말을 해선 절대 안 된다. 칭찬을 하려면, 옷, 액세서리, 헤어스타일 등 내가 노력한 것, 혹은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칭찬을 해줘야 한다. 그리고 워낙 인종이 다양하기 때문에 획일화된 미의 기준 자체가 존재할 수가 없다.


미국에 와서는 한국에서 밥 먹듯 듣던 외모 지적을 들은 적이 정말 단 한 번도 없다. 여기선 늘 아름답고 예쁘다는 칭찬만 듣는다. 내 외모는 변함이 없고, 심지어 내 스스로 봤을 땐 노화로 더 못나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쁘다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설령 입에 발린 거짓말이라고 해도 늘 반갑다. 아마 할머니가 되어도 기쁠 것이다.


물론, 미국 사람들도 타인의 외모에 대해서 평가를 한다. 특히 비만율이 높기 때문에 뚱뚱한 사람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한다. 아직 미성숙한 중고등학생들은 외모 평가를 대놓고 한다고 한다. 하지만 (제 정신의) 성숙한 성인들이 직장에서 타인의 면전에 대고 외모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한번도 못들어 봤다. 속으로 혼자 생각하거나 뒤에서 몰래 몰래 이야기 한다. 뒤에서 몰래 말하면 내가 알 방도가 없으니 내 마음에는 상처가 안된다. 이전 글에서 썼듯이 당연히 암묵적으로는 외모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대놓고 하면 안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력서에 사진도 붙이지 않는다. 뉴욕주, 메사추세츠주, 미시간주, 워싱턴 DC에는 키와 몸무게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어 있다.




방송인 장영란의 사회생활의 비결은 칭찬이라고 한다.

어르신에게도 “곱다”는 말이 최고의 칭찬이며, 이런 칭찬은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고 한다.

출처: 유튜브 A급 장영란


오늘 누군가에게 딱 칭찬 한마디만 해주시길.

당신의 한 마디가 그 사람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 거예요.


Your one word can make their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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