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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셔스 Sep 12. 2023

보스턴의 아메리카노는 왜 이리 맛없을까

나는 자타칭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중독자다. 다른 말로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 아아 중독자가 마셔본 최악의 아아를 꼽으라면 보스턴의 한 던킨 도너츠에서 먹었던 커피를 꼽을 것이다.


도넛과 커피로 유명한 던킨 도너츠는 1948년 보스턴 외곽의 퀸시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그래서 그런지 보스턴에는 한 블록마다 던킨도너츠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테는 보스턴에서 꼭 가야할 카페라고 알려져 있다. 빵을 추천한다.

보스턴에 유명한 카페는 타테(Tatte)도 있다. 물론 별다방, 즉 스타벅스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맥도널드에서도 커피를 판다. 학교나 직장 카페테리아에서도 커피를 팔고 있다.

그런데 아메리카노의 종주국인 미국의 수많은 카페에서 아아를 먹어본 결과, 그 어느 곳도 내 혀를 만족시켜 주는 아아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그나마 괜찮다. 그런데 아아를 주문하면 얼음이 반쯤 녹아 있어 밍밍하기만 하다. 최악의 아아였던 던킨 도너츠에서는 맛 없는 커피 원두에 얼음이 녹아버린 미적지근 한 맛이라 한입 먹고 쏟아 버려야만 했다.


도대체 미국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나에게 맛이 없는 것인가? 개인적인 경험이기에 절대 일반화할 수 없지만, 가만히 관찰해 보면 막상 미국인들은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희석시킨 아메리카노를 잘 먹지 않는 듯하다. 미국인 친구는 내가 별다방에서 아아를 주문 하는 걸 보더니, 살면서 아아를 주문한 사람을 처음 본다고까지 말한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캡슐로 된 커피 크림

미국인과 커피를 마시면, 묻지도 않았는데 나에게 크림이 어디 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어느 카페에나 우유를 항상 비치해 놓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커피에 항상 크림이나 우유를 넣어 먹는다. 크림은 우유를 짜서 두면 떠오르는 지방층이라고 한다. 이러면 더 이상 아메리카노가 아니고 사실상 라테가 된다. 결국 마지막에 무언가를 커피에 섞어서 먹으니, 커피 원두 자체의 고유한 맛을 즐기는 아메리카노는 굳이 맛있을 필요가 없다.

그리운 편의점의 2천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 출처: https://pdoggo.tistory.com/72

한국인에게 찐한 아메리카노는 필수품이다. 2천 원에 파는 사이즈의 찐한 아메리카노로 수혈을 받아 우리는 꾸역꾸역 일을 해 나아간다. 나는 이 저렴하고 진하고 향 좋고 에너지도 채워주고 뜨겁지도 않은 한국형 아아에 길들여졌다. 밍밍한 미국의 아아는 내 에너지를 채워주지도 못하고, 내 혀를 즐겁게 해주지도 못한다. 수많은 실패 끝에 나는 이제 미국의 카페에서 아아를 주문하는 걸 포기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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