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2012년 7월 28일에 처음 만나 12월 9일에 결혼식을 올렸다. 만남부터 결혼까지 걸린 기간이 반년도 채 되지 않는다. 연애 불모지인 내 인생에서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가 나타나자 나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런 그와 결혼한 지 올해로 10년째가 되어 간다.
결혼이라는 것은 참으로 많은 것을 요구한다. 일단 남자와 여자가 같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한다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생활방식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만나 처음부터 잘 맞는다는 게 얼마나 가능한 일일까.
나는 20대 때부터 장이 약해서 차가운 음료수를 조금만 마셔도 설사가 났다. 조금만 더부룩하게 먹어도 방귀가 잦았던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결혼을 하니 남편이 늘 옆에 있다. 부끄러운 나는 절대 남편 옆에서 방귀를 틀 수 없었다. 어쩌다 내 의지와 달리 방귀가 나온 날이면 남편은 이해하는 척해주었지만 나는 베란다에서 뛰어내릴 것 같은 수치심에 얼굴이 시뻘게지곤 했다. 서로의 앞에서 방귀는 트지 말자고 약속했으므로 지금까지도 나는 방귀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혼이다. 남편은 아직도 모를 것이다. 방귀가 찾아올 것 같으면 자연스레 베란다로 나가 분리수거함을 정리하는 나를.
남편과 나는 결혼식을 올리고 얼마 되지 않아 서로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나는 아이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고 남편은 출근을 위해 따로 잠을 잔 것이 습관이 되어 이제는 각자 따로 자는 편이 낫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옛말에 '부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 이불을 덮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는데 나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도대체 왜?
신혼 초 남편과 같은 이불을 덮었을 때 나는 새벽녘이면 항상 잠을 깼다. 그가 이불을 가지고 가서는 가랑이 사이에 돌돌 말고 자기 때문이다. 그 이불을 다시 가지고 오기 위해 나는 새벽마다 끙끙대는 일이 많아졌고 항상 잠을 설쳤다. 잠을 잘 때는 당연히 자유롭게 돌아누워 잠을 잘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도저히 남편 쪽을 보고 잘 수 없었다. 침이라도 흘리고 자는 내 얼굴을 혹시라도 남편이 보게 되면 창피할 것 같아서 늘 남편을 등지고 잔 것이다.(그 얼굴을 안보여주길 잘했다. 살아보니 이 남자는 부인의 흑역사를 두고두고 놀리는 섬뜩한 취미가 있었다) 로맨틱한 남편의 팔베개도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목이 꺾일 것 같은 그 자세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 그즈음 내 수면의 질은 최악이었다. 임신한 몸에 방귀도 마음대로 못 뀌는 데다 이불은 늘 남편 다리 밑에서 놀고 있고 남편이 조금만 뒤척여도 침대의 반동과 부스럭대는 소리에 나도 덩달아 잠을 깼다.(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뒤 침대는 시원하게 내다 버림) 잠을 편히 못 자는 것은 고문과도 같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결혼 후 10년이 된 지금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자고 남편은 다른 방에서 혼자 자는데 아이들 뒤척이는 소리에 여전히 깊은 잠은 못 자지만 예전과 달리 방귀도 마음대로 뀌고 누구에게 이불을 빼앗길 일도 없으니 신혼 초에 비하면 훨씬 자유롭다. 앞으로도 나는 남편과 한이불을 덮을 생각이 없다.
내가 갑자기 방귀와 이불 이야기를 꺼낸 건 점심때 일어난 사소한 다툼 때문이었다. 남편은 둘째 아이의 장난감을 가지고 가서는 십 분이 넘게 약 올리고 숨기고 혼자 신나 하더니 결국은 아이의 성질을 건드리고 말았다. 분노와 서러움이 뒤섞여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나에게 다가온 아이를 보고 다급히 남편에게 말했다.
"울기 직전이야. 얼른 돌려줘."
아이는 역시나 그 말을 하자마자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고 남편이 나에게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또 또!! 이건 자기가 울린 거야. 뭐하러 그런 말을 해가지곤. 하여튼 간"
말문이 컥 막힌다. 순식간에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저 말투. 화난 내가 한소리를 하면 남편은 또 비 맞은 강아지 같은 뒷모습으로 슬쩍 자리를 피한다. 그러면 이상하게 나는 또 화가 치민다.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아직도 나는 나와 살고 있는 남자가 낯설 때가 많다. 도대체 저 남자는 왜 저럴까 생각하다 보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은 별 잡생각을 다하게 된다. 오늘 같은 경우도 아까 같은 다툼 이후 결혼이라는 게 어떤 건가 혼자서 별별 생각을 다하다가 결혼해서 제일 힘들었던 게 뭔가로 이어져 결국 방귀와 잠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남편은 나에게 한소리 들었다고 입을 꾹 닫고 있다. 늘 그렇듯이 오늘도 내가 먼저 말을 걸어야지.
사랑해서 결혼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