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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플레 May 24. 2022

주간 영화

2022.05.14-2022.05.20

<리스타트(Boss Level)> (조 카나한, 2021)


진부하다. 강제로 쳇바퀴에 갇혀야만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는 이야기. 물론 가족이 엮인 우리네 인생을 환기하는 보편적인(?) 공감대 형성에 이만한 설정도 없다. 사람은 원래 잃어야 깨닫고, 없어져야 체감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리스타트>는 <소스 코드>처럼 여운을 남기지도 않고, <팜 스프링스>처럼 일상의 질감이 피부로 와닿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아쉽다. 그러니까 여기서 필요한 질문, 왜 타임루프에 갇혀야만 하는 것인가. 비록 멀어졌지만 여전히 믿음으로 지탱될 수 있는 관계, 그 구심점으로 치환되는 자식이라는 존재. 끝없는 타임루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인물이 어떤 선택을 내렸는가. 권태마저도 일상의 일부로 여길 수 있었는가? 그러기엔 당장 목숨이 위태로우니 여유가 없다. <리스타트>는 인물에게 전혀 선택지를 주지 않는다(어쩌면 인물이 자신의 선택지를 일부러 제한해버린 걸까?). 그래서 이곳의 타임루프는 장르 쾌감을 자극하는 도구로만 소비되는 것처럼 보인다. 의외로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엔딩이다. 에필로그처럼 들러붙는 부연이 없기 때문에, <리스타트>는 역설적이게도 끝나는 순간 공회전을 멈추고 생기를 얻을 수 있다.




<범죄도시2> (이상용, 2022)


배우들 각자의 에너지로 지탱했던 전편의 기이한 활력과 비교했을 때 본편의 정제된 텐션은 어딘가 어색하다. 정박에 들어맞는 쾌감에 집착하고 있는 걸까? 의도적으로 빗나가게 하거나 비틀어 버릴 수는 없었던 걸까. 그러니까 이 길이 최선이었을까? 강해상의 마체테가 신체를 파고드는 순간이나 마석도의 치부가 드러나는 순간이 일부러 소거된다. 아니 사라져야만 한다. <범죄도시2>는 그런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때 그 시절 금천서 형사에게 닥쳤던 서늘한 현실이 스크린이라는 필터를 지나면 히어로가 빌런을 소탕하는 무대로 변모한다. 전편과 본편의 마석도는 다르게 캐릭터라이징되었다. 그는 예측할 수 있는 인물에서 예측할 필요가 없는 인물이 되었다. 한국 상업영화판의 영웅이 어떻게 연착륙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마석도가 향할 곳은 정해져 있는 걸까.


마동석은 어떤 유니버스를 꿈꾸고 있는 걸까. 아니 정확히 말해 사람 마동석이 아닌 '배우 마동석' 말이다. 배우의 이미지가 곧 캐릭터에 흡수되는 일이 낯설어 보이진 않지만, 톰 크루즈, 성룡 등과 같은 유형의 배우가 우리나라에 프랜차이즈화된 사례가 있었나 생각을 되짚어 보게 된다. 그만큼 마동석이라는 배우는 (자의든 타의든) 야심차게 자신을 조각해 내는 작업에 몰두해 있다. 특유의 아우라 그리고 육체, 그리고 약간의 유머와 예상치 못한 귀여움까지. 이미지 과소비의 측면이 부각되는 점은 배우 본인도 의식하고 있는 문제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마동석의 프랜차이즈화는 삐걱대고 덜컹대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순탄한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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