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동갑내기 사장이 나랑 같이 했던걸 해보자. 제휴사들이 하고 있는 사업 중에 괜찮아 보이고 회의할 때마다 등장하던 그들의 이야기를 파보자...
조사를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도 있고 힘들지만 돈이 좀 될만한 것, 하기에는 조금 무섭지만 돈을 왕창 벌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연금이 필요하다. 직장에서 받는 월급, 즉 근로연금 수령에 지장이 없는 만큼만 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것으로 추려야 했다. 일은 짧고 굵거나 가늘어야 했다. 들이는 시간이 무조건 적은 것으로 정해야 한다. 시간이 중요했다.
시간관리에 젬병인 데다가 바이오리듬도 상당히 영향을 주었다. 한달 기준으로 15일은 열심히 하다가 마지막 1.5주정도를 남기고 다음 월급때까지는 정말 손가락도 까닥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하게 보낸다. 컨디션 최저인 마의 구간에 접어들면, 집에서는 그나마 아내에게 혼나지 않을 만큼만 집안일을 겨우해낸다. 회사는 정말 가기 싫었고 중환자급 월요병을 겪는다. 그렇게 월급날에 연금과 함께 스테미너가 재충전 될때 까지 근근히 버티는 삶이약 2주간 이어진다.
이런 패턴으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없거나 어려운 일들이었다. 결국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골라야 했다.
개발 업무 중에 힘이 덜 드는 것(머리를 덜 쓰는 것)으로 골랐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HTML퍼블리싱과 같은 업무가 힘이 덜 들었다. 그래서 열심히 작업해서 리뷰도 잘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들었다. 노력에 비해 댓가가 적어 오래하기 힘들었다.
댓가가 적으니 신이 나지 않았다. 더 하기 싫어졌다. 이번엔 리스크가 좀 있지만 어렵고 복잡한 것을 택했다. 외주작업 전체를 수주받아 작업했다. 개발 일정 관리에 사람관리, 발주처와 수시로 소통하며 정말 빡세게 일해야 했다. 그만큼 댓가는 좋았다. 그렇게 자본금도 준비하는 동안 까먹은 손실도 매꿔갔다.
유튜버 신사임당님이 하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의지력이 약한 사람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의지력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쪼개어 내려오면 됩니다. 그렇게 목표를 잘게 쪼개어 의지력과 상관없이 꾸준히 이어가면 언젠가 목표에 다다르게 됩니다.
마의 구간에 접어들면 나름 3할 타자였던 타율은 거의 제로가 된다. 의지력 제로가 된 나는 기습번트로 출루할 용기조차 낼 수 없는 쫄보 수준으로 바뀌지만 늘 하던 패턴은 유지할 수 있다. A5 크기의 클립보드에 잘 맞게 자른 이면지 메모장에 오늘 날짜와 To Do List 를 적고 오늘 할 회사 업무를 왼쪽단에, 진정한 나를 찾는 프로젝트를 위해 할 일은 오른쪽 단에 적는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지갑속에 꼬깃꼬깃 소중하게 모시고 있는 100달러 지폐를 뚫어져라 보면서 로또 당첨 주문을 외우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렇게 아침의식을 시작한다. 앞으로의 2주를 안간힘으로 버텨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