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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오 Jun 18. 2019

이계

여름의 것이 분명한 따가운 햇빛. 하지만 피부는 차갑게 느낀다. 10층 높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모든 감각을 차분하게, 하지만 냉정하게 거머쥔다. 나는 그들에게 전부를 내맡겨본다. 마음을 유인하는 정중한 6월의 바람. 어딘지 모르게 불신과 경계를 불러일으킨다. 정오의 사물은 공평하게 햇빛을 나눠가져 간다. 어느 것도 혜택을 더, 혹은 덜 누리지 않는다. 모든 것에 드리워진 빛 속에서 어린아이들의 음성이 들린다. 그것들은 서로 교류하며 불규칙적으로 소통한다. 간간이 들리는 비명. 즐거움을 수반한 고통이다. 비현실감이 몸속 깊은 곳에서 끓어올라 당황한다. 오랫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어린아이들의 목소리. 내가 생활하는 사이클 속에서는 해변에 떠밀려 온 심해어처럼 불가사의하고 희귀한 것이다. 밤에는 어린아이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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