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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오 May 07. 2019

이상한 곳

모델도 배우도 아닌데 이력서에 사진 넣어야 하는 이상한 곳. 법으로 보장받은 내 휴가 쓰는데도 눈치 보여서 못 쓰는 곳. 그걸 돈으로 주기 싫어서 연말에 나오지 말라고 하는 곳. 이상한 게 너무 많이 이상한 게 이상한 것이 아닌 곳.


지금껏 그래 왔으니까, 그래도 잘 돌아갔으니까, 우리가 이룩한 걸 봐, 우린 잘 살고 있으니까,라는 말들에 항상 매몰되고 마는 본질.


외국인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비정상적으로 신경 쓰고, 그들의 관심과 칭찬 한마디에 온 나라가 열광하며,  그것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우리의 현실을 환기시키는 목소리엔 곱지 않은 눈길.


성공논리와 경쟁논리, 그리고 정서라는 프레임에 슬며시 가려진 우리의 문제들은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다. 무관심의 그늘에서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 그것들이 거대해져 더는 가려지지 않을 때가 찾아올 것을 우리는 애써 외면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법이란 없다. 부조리한 것을 줄여나가며, 타당한 것을 키우는 타협만이 존재할 뿐. 잘못된 것을 고치는 건 쉽지도 않을뿐더러 아프다. 그래서인지 우리 주위에는 뒷일을 고려하지 않는 ‘쉬운’ 해법들이 판을 친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 또는 조금 더 공평하자라는 목소리에는 각종 딱지가 붙는다. 바르게 살려는 치들은 바보가 된다.


지금은 12세기가 아니라 21세기이다. 사람들은 스스로가 가진 권리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우린 지금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길을 돌아와야만 했다. 그리고 아직 갈길이 멀다. 전통이란 미명 하에 정당화되어 오던 부조리가 하나 둘 자리에서 내려오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세상 참 살기 좋아졌다고?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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