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오 Apr 04. 2020

머리로만 세상을 산다면

좋은 일이 있으면 기뻐했다. 나쁜 일이 있으면 슬퍼했다. 있는 그대로 느끼고 있다 생각했다. 내 머릿속 해석에 불과했다. 얄팍한 껍질이 여러 번 벗겨지고 찾아온 깨달음. 감정에 충실한 삶은 즐거움과 먹먹함 사이를 취객처럼 오간다. '일희일비하지 말자'. 쉽게 기뻐하고 그보다 쉽게 낙담하는 자신을 위해 스스로가 내린 처방이었다.


존재하는 것, 벌어진 사실은 하나다. 그 정보는 개인적 경험과 성격을 통해 프로세스 된다.  복잡한 연산으로 도출된 인지들. 비슷한 모양을 띄고 있다. 본질과 겹쳐있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틈을 최대한 줄이는 건 현명해지는 길 뿐이다. 변수는 기대다. 바람은 행복과 고통을 동시에 쥔 무서운 감정. 부족함 속에서도 끈질기다. 선인장 같은 것. 기대의 씨앗은 표독스러운 모습이다. 객관적 분석에 기대가 더해지면 너울과 같은 힘으로 상을 왜곡시킨다. 바람 속의 강아지풀처럼 중심을 유지하지 못한다. 본질을 벗어난 인지가 촉발한 행동은 기대치 않은 슬픔을 꺼낸다. 반복된 경험에 지친 머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시작한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머리는 쉽게 말하지만 가슴은 어려워한다. 기대가 만들어낸 환상들이 너무 매혹적 이어서.

작가의 이전글 사랑이 떠난 자리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