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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오 Apr 16. 2019

Red Face

갇혀버리기 직전의 기억은 '외면'이라고 진술했다. 흘낏 책상 위로 시선을 던지니 그들은 묵묵히 검은색 조서에 '외면'이라고 적고 있었다. 


"그래서, 갇혀버리기 직전 당신의 기억은 '외면'이란 말입니까?" 


책임자가 뒤에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내 앞의 그는 땀을 흘리며 묻는 것이었다. 나는 눈을 휘둑 굴리며 대답했다.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 '불가항력' 일지도 모르겠군요." 


예의 검은색 조서에 다시 '불가항력'이라고 적는 그였다.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중년의 책임자가 뒤돌아 문을 열려고 할 때, 나는 정정했다. 


"잠깐! 어쩌면 '무능력'이었을지도."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똑바로 응시하자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륵 흐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럴 때 표정의 변화를 주면 안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가 '검은색' 조서에 다시 무언가를 적을 때, 나는 치밀어 오르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 


"사실은 '방임'이었답니다!" 


이겼다, 라고 생각했다. 


그때 내 앞의 그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검은색 조서를 들어 내 눈앞에 갖다 대었다. 
'무능력'이라고 세 번째 쓰여 있을 그 자리에는 이미 '방임'이라는 단어가 자리하고 있었다. 


제기랄. 


그는 조용히 오른손을 들어 검은색 조서의 맨 아래 아찔할 만큼 하얀 그 공간에 빨간 도장을 쿵하고 찍었다. 


"DEN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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