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혀버리기 직전의 기억은 '외면'이라고 진술했다. 흘낏 책상 위로 시선을 던지니 그들은 묵묵히 검은색 조서에 '외면'이라고 적고 있었다.
"그래서, 갇혀버리기 직전 당신의 기억은 '외면'이란 말입니까?"
책임자가 뒤에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내 앞의 그는 땀을 흘리며 묻는 것이었다. 나는 눈을 휘둑 굴리며 대답했다.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 '불가항력' 일지도 모르겠군요."
예의 검은색 조서에 다시 '불가항력'이라고 적는 그였다.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중년의 책임자가 뒤돌아 문을 열려고 할 때, 나는 정정했다.
"잠깐! 어쩌면 '무능력'이었을지도."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똑바로 응시하자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륵 흐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럴 때 표정의 변화를 주면 안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가 '검은색' 조서에 다시 무언가를 적을 때, 나는 치밀어 오르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
"사실은 '방임'이었답니다!"
이겼다, 라고 생각했다.
그때 내 앞의 그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검은색 조서를 들어 내 눈앞에 갖다 대었다.
'무능력'이라고 세 번째 쓰여 있을 그 자리에는 이미 '방임'이라는 단어가 자리하고 있었다.
제기랄.
그는 조용히 오른손을 들어 검은색 조서의 맨 아래 아찔할 만큼 하얀 그 공간에 빨간 도장을 쿵하고 찍었다.
"DENI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