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스타트업에서 겪은 일 ep.3

by Han

대표님은 그동안 다른 회사 대표들을 만나고 다녔다고 했다.

빨리 추가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회사가 성장이 더딘 것 같아 조언을 받고 다녔다고 했다.

성인 남자 앞에서 눈물을 흘려본 건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정말 그만큼 서운했다.

내 덩치, 내 얼굴에 눈물을 흘렸던 그날을 기억하면 지금도 얼굴이 시뻘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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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대거 퇴사 그리고 성수기 전 폭풍전야]


성수기가 끝나면서 12시간 주말없이 하던 근무도 자연스레 끝이 났다.

문의가 없는 직원들은 빈둥대고 있었고, 나는 그들에게 일거리를 만드느라 바빴던 것 같다.

그렇게 다음 성수기를 기다리던 어느 날, 회사에서 데이터 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직원들은 업무 특성상 외근이 잦고 성수기 비성수기의 편차가 심했다.

누가 잘하는지 누가 못하는지에 대한 것은 항상 결과 값으로만 판단해야했고, 그 과정은 팀별로 구글 드라이브 시트에 기입했다.

구글 드라이브의 가장 큰 단점은 데이터 누락 및 관리였다.

누군가의 실수로 데이터가 갑자기 지워질수도 있었고, 잘못 기입해도 숫자를 계속 주시하며 찾아내야만 했다.

회사에서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력직 기획자를 채용했고, 그 분은 내 얘기를 듣고 영업 과정을 세분화 하였다.

케이스를 하나하나 설명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직원들에게 이 일을 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는건 어려운 일이었다.

각 직원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달랐고, 그 동안 우리가 중요하다고 했던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하는 것을 직원들은 이해는 하지만 받아들이지 못했다.

정말 큰 문제는 성수기에 벌어졌다. 데이터를 기입하려면 툴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하고, 의도와 목적을 정확히 이해하고 기입해야 하는데, 그들에게 성수기의 시간은 1분 1초가 아깝고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라 툴을 공부하고 기입할 여유는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회사의 목표는 점점 높아져 달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해야만 했다.

그러자 일은 본인들이 다하는 것 같은데 회사는 요구만한다며 오프라인 직원들이 대거 퇴사를 했다. 남아 있는 오프라인 직원들도 힘들고 불안정한 영업직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며 온라인 팀과 안정적인 팀으로 옮기고 싶다고 했다.

대표님은 나에게 어떻게 해야 할 것 같냐고 물었고, 나는 대표님께 지금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되시는 것 을 맡기시라고 했다.

대표님은 내 말을 듣더니 말했다.

“오프라인 팀을 맡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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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오프라인 팀원은 이제 막 뽑힌 신입직원 2명이 있었다. 답답했지만 이 2명으로 지난 성수기의 베테랑 10명의 목표를 넘어서야만 했다. 성수기는 다가왔고, 사람을 채용하는데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체력이 받쳐주질 않을까 겁이나기도 했다. 12시간 근무를 4개월 넘게 해보니 체력의 한계를 종종 느꼈고, 성수기가 오기 전까지 체력을 길러야 하는데 운동할 시간은 없었다.

그 날 부터 나는 을지로에서 집까지 매일 2시간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갈 수 있는 만큼 걸어갔다. 같은 방향으로 가면 지칠 것 같아 모르는 버스를 타고 아무 역에서 내리고 갈 수 있는데까지 걸으며 생각을 정리 했다. 1주일에 2일정도는 다행히 아는 동생중에 걷는 걸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를 불러서 이말 저말 대화하며 2시간 이상 함께 걸었었다.


반면, 오프라인팀의 팀장이 된 나는 2명뿐이지만 직원들의 영업행태를 점검했다. 손님이 부담스러워 하지 않도록 뒤에 빠져서 그들이 하는 것을 보고 코칭이 필요한지 확인했다.

확인해 본 결과, 놀랍게도 한명은 문제점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손님이 원하는걸 정확하게 캐칭했고, 질질 끄는 손님들에게 질척거리지도 않았다. 미팅이 끝나고나서 그가 했던 미팅에 대해 복기하며, 다른 케이스에 대해 질문했고, 그의 청산유수 같은 대답을 들은 나는 그가 영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나는 다른 한명을 가르치며, 2달만에 3명을 추가로 채용했고, 이 5명과 성수기를 맞이했다.


[지옥의 성수기 끝에 나온 최고의 성과]


당시 문의가 들어오면 서울 전역을 나 포함 6명이서 돌아다니며 계약해야만 했다.

지점이 있는 지역은 그나마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담당 소장님들이 같이 기다리며 시간을 떼워줄 수 있었는데, 지점이 없는 지역은 공동중개 부동산과 손님이 덩그러니 기다리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고, 다음 손님까지 겹쳐서 기다려서 뻘줌한 경우도 많았다. 나는 내가 맡은 지역의 계약을 하면서 직원들의 미팅이 밀릴 때마다 도와주러 이동하면서 동에번쩍 서에번쩍 돌아다녔다. 지난 몇년간 물리적으로 하루에 가능한 최대 계약수는 4개라고 생각했었는데, 여러명에게 동시에 방을 보여주면서 계약을 하는 날도 있다보니 하루에 8개를 계약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이동하면서는 엘레베이터에 갇혔다는 세입자, 비밀번호가 까먹어서 문을 따야한다는 세입자, 세입자가 쓰레기 분리수거를 안한다며 나에게 욕을하는 집주인, 택배 좀 대신 받아달라는 세입자, 왜 방보러 안오냐는 집주인, 왜 전속 임대인한테 연락했냐는 부동산 등의 전화를 받으며 쉴 틈없이 일했다.

저녁에는 늦게 끝나는 직원을 만나 저녁을 사주며 그들의 불만을 들어주었다. 본사는 뭘하는지 모르겠다는 직원, 너무 정신 없어서 그만두겠다는 직원, 몸이 아프다는 직원, 신고하겠다는 손님에게 연락해달라는 직원 등 다양한 얘기들을 모두 나에게 했다.

어느날은 지하철에서 앉아 있던 할머니가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앉아서 좀 쉬라고 하기도 했는데, 직원들과 손님을 만나면 밝은 표정을 지으며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계약을 했었다.

그렇게 고생하던 중 금요일에 회사에서 조직장 회의하는 어느 날 이었다. 계약 추이를 보고하고 있는데 기획 팀장은 데이터 내용 기입이 부족하다며 나를 질책했다. 대표님도 나에게 데이터 기록을 지시해달라고 했다.


나 : 잘 아시겠지만 직원들이 계약에 따른 인센티브로 급여를 받는데 너무 바빠서 기입을 뒤로 미룰수 밖에 없어요. 성수기 끝나고 빠짐없이 기입하도록 할테니 우선 시간을 좀 주세요

기획팀 : 대표님이 지시하시는데 이렇게 계속 기입을 안하시면 결정권자의 말을 무시하시는 거에요. 이렇게 바쁠때마다 바쁘다고 기입 못하면 결국 계속 뒤로 밀려요. 대표님 뭐라고 좀 해주세요!

대표 : 힘드시겠지만 조금이라도 기입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나 : 그러면 목표를 20% 낮추고 직원들에게 기본급을 20%올려주세요. 그렇게 하면 퇴근 2시간 전에 미팅 잡지말라 하고 100% 기입시키겠습니다.

기획팀 : 그럼 그렇게 하라고 해요 대표님! 여기가 Han회사는 아니잖아요


그 말이 나를 폭발하게 했다. 나는 화난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 한번 골라보시죠. 기입 안하고 120% 목표달성, 100% 기입하고 80% 목표달성, 중간은 불가능합니다. 중간으로 기입하면 어차피 한번 더 일해야해서 더 복잡해지고 직원들만 개고생합니다"


대표님은 대답을 못했다.

기획팀장은 나와 대표가 문제라고 소리쳤고 사람들은 내가 참으라며 달래주었다.

"결정 못하시면 120%목표 달성하는 걸로 알겠습니다.미팅이 있어서 나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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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가 끝났을 때 10명이상의 직원들도 해내지 못했던 목표를 넘어서 130%를 초과 달성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답은 없었던 것 도 같다. 당시 불타올랐던 정의감으로 했던 결정이었지만, 만약 데이터 기입에 좀 더 노력하여 서비스 안정화가 하루라도 더 빨리 되었다면 회사가 더 발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하루 하루 완전히 다른세상인 코로나를 생각하면 아닌 것 같기도하다).


그렇게 목표를 초과 하며 그 해 성수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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