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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크홀릭 Jan 25. 2017

정부무능의 리트머스지

조류독감

계란 값이 하루가 멀다고 오르고 있다. 

가정에서야 먹는 양을 조금 줄이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제과, 제빵, 분식 업계 등에서는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닭병을 뿌리고 다니는 하찮은 역귀(疫鬼) 따위에도 무력한 이놈의 정부는 그래서 그다지도 무당을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주 안양의 한 김밥전문점에서 계란 없는 김밥을 먹으며 시대를 한탄하다가 ‘나 같은 범부야 뭔 대책이 있겠나? 좀 더 기다려보면 좋아지겠거니.’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가 심상치 않다.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닌데 그 기세가 줄어들겠거니 했던 조류 인플루엔자는 더욱 확산일로이고 급기야 새해맞이 행사들이 이것저것 취소되더니 이제는 슬그머니 설날에 통행제한을 검토해야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가는 무얼 하고 있기에 이 모양인가? 

국가 대책의 주요한 골자는 확산을 막기 위한 살처분이다. 2017년 1월 3일 MBC뉴스 보도를 보면 AI 발생 이후 3천만 마리를 죽였다는데, 과연 이 끔직한 살수마저도 약발이 서지 않는다는 건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리 무능한가?

일단 우두머리의 무능은 조직 전체를 무능하게 할 수 있다는 상식적 당위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인한 국무총리 대행인 황교안의 행보가 그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대통령 놀이에 심취해 있는 총리는 연일 민생탐방을 한다면서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무려 5% 대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에너지원인가보다.


갑작스레 차기대권의 카드를 내놓지 못하는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로 하마평에 올라 여론 지지율 4%대에 오른 상황이기에 구설수(?)를 두려워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군대도 안다녀 온 사람이 군부대 시찰을 가서 "예전에 먹던 그 맛이로다!"하며 쇼를 하고 있다.


아니, 다 차제하고 소비자인 국민과 생산자인 농민, 나눠진 둘을 합치면 거의 국민 모두가 괴로워하는 시기에 자신의 막중한 책임을 생각하는 공직자라면 이번 조류독감 사태는 혼신의 힘을 다해 챙겨야 할 매우 중요한 현안인 것이나 총리의 행보는 그런 고민이 있나 싶다. 


조류인플루엔자 사태의 실무책임자인 농림식품부 장관은 불과 몇 달 전 황제전세, 농협저리대출 등의 의혹에도 불구하고 국회청문회를 뒤돌아 나와 의원들을 비난하던 김재수 장관이다. 최순실게이트 이후 사익에 충실한 인사는 공무에는 무능하다는 것은 정설이 되어 버렸고 이번 조류인플루엔자 사태 장기화는 예견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현직 대통령의 직무정지 이후 공직사회의 서열이 무너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튀는 행보를 보이던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신년이 되자 경기 악화에 따른 자신의 행보와 대책을 담은 언론자료를 마치 헬기에서 뿌려대듯 살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통화를 헬기에서 뿌린 듯 양적완화를 한다고 “헬리콥터 머니”라고 했었는데 우리 경제사령탑의 행태는 “헬리콥터 보도자료”라고 해야 할는지.


기획재정부의 정부 재정 조기 집행을 통한 경제 활성화 대책은 아이러니 하게도 조류살처분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농가에 피해구제금이 아직도 도달하지 않았다는데서 탁상행정일 뿐이란 의심을 살 뿐이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비행기 타고 오시는 계란' 수입 정책보다는 중장기 적인 유통망 개선 정책, 유통망에 의존적이지 않은 생산자 조직의 성장 유도 대책을 내놔야 한다. 


과거의 정부들이 사용했던 금융지원책을 벤치마크해서 단기적 자금 경색에 빠진 생산자들을 위한 Fast track 정책을 조속히 실시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AI에 근본적으로 맞설 수 있는 농가시설지원, 현지 공동 집하, 생산설비와 최단거리 내에 위치하는 가공시설의 투자를 통해 되풀이되는 재난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더불어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발생하는 산정하기 어려운 피해를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기술 개발에도 신경 써야 한다. 국가적 해결과제에 대해 미국에서 시행되었던 조달청이 매매를 담보하는 조건부 신기술 공모를 통해서라도 혁신적인 쇄신책을 찾아야 한다. 


다시 돌아보자. 지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고위관료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수많은 생명이 통곡하며 죽어간 대지 위에서 보기에도 너무나 깨끗한 방역복을 입고 살생(?)을 독려하는 보도자료용 사진 한 장을 찍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 생각하는가? 

이런 안일한 인식이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이 2014년 4월 16일 사태의 위중함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반복되는 위기 관리의 실패는 우연한 재난이 원인이 아니라 결국 그 국가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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