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사랑하는 도미니코 사비오,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빠가 하기 싫어하는 요리들이 있단다.
하나하나 재료를 따로 준비해서 만드는 요리들이지. 김밥이나 잡채, 만두, 김피탕이 그렇단다.
하지만, 가족들이 먹고 싶다면 팔을 걷어 부치고 만들게 되니 사랑이란 참 위대한 힘이 구나.
빠르게 팬 하나에서 후다닥 해 먹는 요리가 혼자 사는 자취생에게는 가장 훌륭한 레시피이겠지만 너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가족이 생길 텐데 그때는 정성이 가득한 요리도 해주고 싶을게다.
김밥은 아빠 어릴 적엔 소풍 때만 먹는 귀한 음식이다가 급속한 경제 발전으로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 일벌레가 되고 나서는 천 원에 한 끼를 때우는 햄버거보다 아래 축에 끼는 요리로 천대를 받았는데, 이제는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핫한 음식이 되었구나.
요리를 위해 재료를 준비하는 정성, 시간, 단계별 수고로움을 따진다면 김밥을 싸서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다는 건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게다.
김밥을 만들 때는 먼저 초밥을 만들어야 한단다.
약간은 되게 한 밥에 설탕, 식초, 소금(아주 조금),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서 단짠단짠 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들어갈 재료는 계란지단, 단무지, 햄, 어묵, 시금치, 우엉 정도면 되고, 시금치를 넣으면 더 좋겠지.
네 친구들 중엔 채식하는 이들이 꽤 있으니 햄이 꺼려질 땐 유부나 맛살을 대신 넣어도 된단다.
요즘은 김밥재료를 따로 파니까, 계란지단하고 어묵 정도 만 준비하면 되는데 계란지단은 얇아도 두꺼워도 문제없고, 어묵은 길게 자른 후 간장, 설탕으로 볶으면 된다.
쌀 때는 김을 발(대나무) 위에 올리고 밥을 김 전체 면적의 80% 정도 얇게 펼친 다음 준비한 재료를 밥 면적의 50~60%가 되게 올리고 꾹꾹 말아 준 후 마지막에는 김접착면에 참기름을 발라 마무리하면 된단다.
칼로 자르기 전에 참기름칠을 김밥 표면에 다시 한번 하는데 칼에 밥이나 재료가 붙어서 깨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란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젊은 날, 먹고 즐기고 사랑하렴.
사랑하는 아빠가.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