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과 함께 하는 술자리엔 소시지 야채볶음
사랑하는 나의 아들 斌,
네 고등학교 시절, 워낙 한 가족처럼 살았던 동창들이라 너의 집에 자주 찾아온다는 얘길 들었다.
농사 일이란게 자주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직업이다보니 불편한 교통에도 불구하고 찾아주는 벗들이 반갑게구나.
벗들과 가볍게 맥주라도 한 잔 하려면 안주가 있어야 하는데, 거창하지 않고 빠르게 할 수 있는 것 중에 ‘소시지 야채볶음’ 만한게 없단다.
항상 냉장고에 완벽히 식재료가 준비되어 있진 않으니 마트에서 비엔나 소세지, 파프리카 정도만 간단히 사서 할 수 있단다.
기름을 두른 후라이팬에 파프리카를 썰어서 볶고(양파나 양배추가 있으면 같이 넣어도 좋단다.),
칼집을 낸 비엔나 소세지를 넣어서 볶다가 소시지의 칼집 부분이 벌어질때 쯤 케찹을 듬뿍 넣고 양념이 배도록 좀 더 볶은 후, 깨소금을 뿌려서 상추 한 장 깔아서 내면 된단다.
이십대에 그 많던 친구들은 삼십대를 분기점으로 결혼과 함께 소원해지고, 간간히 연락을 주고 받던 친구들도 육아와 입시 뒷바라지에 사십대가 되면 몇 안 남는게 보통 사람들의 현실이란다.
그러나 벗은 나이를 따지지 않고 친교를 이루는 모든 사람들이니, 네 자리에서 진심으로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다보면 항상 네 곁에 있어주는 든든한 이들이 많아질게다.
무엇이든 많은게 좋은 거라는 실 없는 사람들이 많은 친구와 인맥을 자랑하지만 그런 이들은 아직 여물지 않았거나 진정한 친교의 목마름 속에서 인생을 헤매고 있는 사람들이지.
단 한 사람의 벗이라도 어떤 상황에든 내 편에 서 줄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가치 있었다 평할 수 있단다.
그러므로 ‘친구’, ‘동창’ 이라는 이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양해하고 배려하며 심력을 쏟지 말고, 아니다 싶을땐 불가근불가원( 不可近不可遠) 하거라.
육체의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마음의 건강이니, 화가 치밀거나 감정이 정리되지 않을 때는 내 스스로 해결하려하지 말고 항상 기도 속에서 평화를 청하도록 해라.
사랑하는 아빠가.
2025.10.13
[10년전에 아빠가 만들었던 소시지 야채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