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같은 콩나물김칫국
사랑하는 아들,
내겐 아들이 둘 있는데, 어찌 그리 입맛이 서로 다를까 생각하다가 재훈이 형과 내가 입맛이 달랐나 생각해 보니 그렇지는 않았던 거 같다. 이유는 아주 단순한데 아빠가 어렸을 때는 반찬투정을 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어서 어지간한 집에서는 배고픔을 기본으로 머리에 이고 살았으니까.
어릴 적 할머니는 아랫목에 콩나물을 직접 키우셨다. 틈틈이 물만 부어주면 잘 자라고 여러 가지 반찬거리가 되는데 돈도 들지 않으니 칠팔십 년대 어머니들은 다들 그렇게 알뜰하게 살았지.
네가 좋아하는 국 중에 콩나물김칫국이 있는데, 세상에 그리 간단한 국이 없건만 학창 시절 아침상에 내놓으면 좋아라 하며 한 그릇 뚝딱 밥 말아먹고 등교를 하던 네 모습이 생각나는구나.
자취를 하다 보면 김치가 쉬거나, 여러 경로로 맛없는 김치가 굴러들어 올 때가 있지. 이때 국을 끓여 먹으면 처치곤란한 김치를 처리하기에도 딱이지.
아빠가 끓이는 방법은 김치를 송송 썰어서 쌀뜨물과 다진 마늘, 소고기를 넣어서 끓이다가 팔팔 끓어오를 때 콩나물을 넣고 파를 썰어 넣은 후에 소금 간을 하고 고춧가루, 후춧가루를 뿌려서 마무리한단다.
콩나물은 특유의 콩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 콩나물김칫국을 끓일 때는 냄비 뚜껑을 열어 놓은 채 냄새가 날아가도록 5분 정도 끓인단다.
피곤이 가시지 않은 아침에, 퇴근 후 밥보다 침대가 더 고플 때 그저 뜨끈한 국물에 밥 한 공기 말아먹을 정도의 최소 루틴만 지켜도 건강을 지키는 좋은 습관이란다.
프로운동선수의 몸놀림이나 근력을 보면서도 나도 저 정도는 하지 싶은 게 이십 대의 체력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그 강건한 육체가 무너지는 것은 근육이 아니라 오장육부가 약해지기 때문이지.
가보지 않은 길의 위험을 이야기해 주면, 끝내 가보고 나서 후회하는 사람은 보통사람이고, 유추해 배워서 경각하고 위험을 피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건강관리. 별 거 없다. 하루 세끼 밥 굶는 일 절대 없도록 하거라.
2026.3.30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