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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 청천 Aug 31. 2023

첫번째 육아 실패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사항에 대하여 '실패'라고 명명한다. 너그럽게 말하자면 과정이고 시행착오이며 하나의 선택지라고 볼 수 있겠지만, 나는 원하는 목표가 있었고 달성하지 못했고 좌절했다. 나는 모유수유에 실패했다.   





조리원에서 퇴원하고 4일째. 몸에 돌던 온기가 단숨에 꿀꺽하고 사라졌다. 태양이 지면서 나의 체온을 끌고 밤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았다. 갑자기 바들바들 몸이 떨렸다. 최대한 온몸을 감싸 쥐었다. 그러자 오히려 몸속이 차갑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속을 데워야했다.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태어났을 때보다 더 크게 우는 것 같았다. 우는 아기를 그냥 둘 수 없어 아기를 안아 올렸다. 유축한 모유를 한 손으로 데우고 한 팔로 아기를 달랬다. 팔에 힘이 없어 아기가 떨어질 듯 위태위태했다. 중탕으로 냉장고에 있던 모유를 따뜻하게 만드는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긴 시간을 견뎌 아기에게 젖병을 물렸다. 나는 아직 아기를 울게 내버려둘 깜냥이 없었다. 칭얼거리는 아기를 두고 나를 챙길 수 없었다. 나도 먹어야 산다는 생각은, 머릿속으로만 곱씹어 먹었다. 아기를 안고 쪼그려 앉아 애써 졸았다. 


나의 엄마는 밤늦게 신난 목소리로 들어왔다. 나는 아파서 현관으로 엄마를 보러 나가지도 못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미안했고 동시에 섭섭했다. 나는 그날이 엄마의 일생일대의 얼마나 중요한 날이었는지, 엄마는 내가 그날 얼마나 서글프고 힘들었는지 서로 알지 못했다.





다음 날은 아기가 처음으로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을 가는 날이었다. 나는 내가 단순 몸살이라고 생각하고 쉬려했다. 그러나 어른들의 부추김에 소아과와 한 건물에 있다는 산부인과를 가기로 했다. 의사를 만나 증상을 말하자 상의를 걷어보라고 했다. 의사는 ‘모유수유 참 어렵죠?’ 하며 걱정 섞인 운을 떼더니 염증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병원과 협력하여 상주하고 있는 유방관리사에게 나를 보냈다. 나는 단순 몸살이 아니었다. 유선염이었다. 몸의 한 곳이 막히자, 몸이 차가워지고 어지러웠던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 될 때까지 문제를 몰랐다.


그동안 유방이 뭉치고 저렸는데 그 아픔은 문제라고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이 정도를 아프다고 할 수 없었다. 출산을 한 이후에 어떤 고통을 ‘아프다’라고 표현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웬만한 것은 참아야할 것 같았다. 





나는 유선염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45일째 되던 날 마지막 수유를 했다. 모유수유의 포기를 선택하면서 나는 한동안 화가 났다. 왜 아무도 모유수유에 대해 말해주지 않은 거지? 왜 모유수유가 좋다는 말만하고 어떻게 하라는 정보는 없어서 죄책감을 갖게 하는 거지? 나는 왜 바보같이 모유수유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거지?


아기엄마인 언니들 셋과 함께 대화하는 채팅방에 괜히 따졌다. 언니들이 모유수유에 대해 알려줬어야 했다고. 그랬더니 본인들도 모르고 힘들어서 완모(완전모유)를 못했단다. 그리고 채언니가 한 마디 했다. ‘나도 모유수유가 젖꼭지를 쥐어뜯는 것인지 해보고서야 알았어.’ 그 말에 탄복하여 반나절은 웃었다. 


나 역시 모유수유가 그냥 되는 것 인줄 알았다. 아기가 얌 물면 모유가 쭉쭉 나오고 냠냠 먹으면 되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제 살 내어주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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