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고
아기가 손으로 내 얼굴을 할퀴었다. 아파서 본능적인 화가 났다. 미간에 힘을 주고는 “아파” 하고 굳은 얼굴로 내 뺨을 부여잡았다. 그러자 아기가, 고개를 갸웃하며 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빠?”
#안돼
오랜만에 육아대백과 책을 들춰봤다. 지금 시기는 ‘안 돼’를 알아들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동안 ‘안 돼’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제 써먹어 봐야겠다. 위험한 행동 뭐 있지? 아, 만지려고 한 것이겠지만 아무튼 내 눈 주위를 할퀴려고 할 때 해봐야겠다. 뜻은 못 알아들어도, 단호한 태도는 알아듣겠지. 무표정으로 아기의 손을 딱 잡을 것이다. 단호하게 '안 돼'하고 알려주어야지. 놀라서 울어버릴 것 같아 벌써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똑부러지게 가르쳐 봐야지.
아기가 내 눈가로 손을 뻗었다. 나는 “안 돼!” 아주 단호하게 말하며, 작은 손을 낚아채 잡았다. 그러자 아기의 눈과 콧구멍이 ‘왜 안 돼?!!’라며 뚱그레졌다. 그리고 내 손을 팍! 뿌리치더니, 그 손을 톼!톽!!! 때렸다.
나는 예상 못한 전개에 어안이 벙벙. 나이 어린 것이 나이 많은 것한테 순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줄 알았다. 아니었다. 사회화에 굴복당하고 네네하며 살아온 내 착각이었다. 아이참, 아기는 사회성 욕구보다 자율성 욕구가 강하구나.
#부부육아
어떤 소아과 의사였던가, 부모 두 사람이 아이를 함께 키워야하는 이유를 말한 적이 있다. 들어보니 꼭 남녀 부모일 필요는 없고, 여러 사람이 케어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유는 다양성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는 보고 배울 수 있는 여러 어른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와 다른 보육관으로 행동하는 주변 사람을 볼 때 많이 떠올린다. 아기에게는 다양한 어른이 필요하다.
#다양한어른
나는 일주일에 한번에 다섯시간정도 혼자 밖으로 나가는 휴식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이는 그동안 먹이고 재우고 게임을 한다. 그런데 아기가 잠이 많이 줄었다. 집에 들어왔더니 아기가 울고불고 있다. 눈이 퉁퉁부어 있다. 아기가 전과 달리 낮잠을 안 자니까 그이는 한계에 다달았던 것 같다. 이 자식이 자기방 방문을 닫고 게임을 하고 있다. 부들부들. 아기를 안아들고 게임방 문을 열었다. 숨을 들이쉬고 최대한 부드럽게. "많이 바빴어?" 대답이 없다. 아 빡친다..... 참자. 다양한 어른. 참자. 참자... 휴식의 힘으로 아기를 돌봤다. 홧병이든 인내심이든 둘 중에 하나가 생길 예정인데 후자였으면 좋겠다.
#잠자는아기1
뒷통수를 납작하게 만들어지고 나서야 이제 옆으로 잔다. 아기는 팔을 보통 '앞으로 나란히'해서 잔다. 다리도 아래로 내리지 않고 '앞으로 나란히'를 한다. 커다란 아기매트 위에서 ‘ㅋ’ 하나가 요리 조리 굴러다니며 자고 있다.
#잠자는아기2
육아를 해본 모든 사람들이 하나 같이 말했다. 아기 자는 모습은 정말 예쁘다고. 천사라고. 예전에는 ‘자신의 아이니까 예쁜가보다’ 정도로 생각했다. 직접 보니까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겠다. 아까 소리 질렀던 것에 대한 죄책감, 오늘도 잘 자라줘서 고마움, 드디어 가만히 조용히 바라 볼 수 있는 여유, 오늘 하루 끝났다는 후련함, 미안함 그리고 사랑 같은 복합적인 감정으로, 자는 아이를 보는 것이다. 산 정상에서 먹는 컵라면 맛이 다르듯 오늘 하루 전쟁을 치룬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평화로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