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기의 200여일 보고서 2

by 포 청천






#옹알이

옹알이가 제법 늘었다. 목구멍에서 바로 나오는 ‘ㅇ’소리는 옹알이로 볼 수 없었다. 그것은 울음 정도? ㅁ, ㅂ, ㅃ 같은 입술소리를 냈을 때부터 말 비슷한 것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현재 아기는 ‘엄마’, ‘아빠’, ‘밥밥밥’, ‘맘마’라는 소리를 정확하게 낼 수 있다. 말을 할줄 안다고 해서 그 뜻을 알고 적재적소에 쓴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거나 지르면 맞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요즘은 잇소리나 혓소리도 낼 수 있다. ‘th’ 소리도 낼 수 있다.


아기가 작고 공기담긴 목소리로 말한다.

"채!"

그럼 확대 해석을 한다.

"채? 아~ 책? 알겠어. 책 읽어줄게."

입을 벌리고 혀를 뭉개며 소리친다.

"테테테"

역시 확대 해석을 한다.

"테테테? 아 짹짹짹? 새가 짹짹짹!"





#소리질러

소리를 엄청 지른다. 기분 좋다고 아앜---! 자기 보라고 끼아악----! 갑자기 소리치고 싶어서 으아-------! 자기 재우라고, 심심하다고, 마음대로 안 된다고, 소리를 지른다. 검색해봤더니 나와 같은 소음에 시달리는 부모가 많다. 그리고 이럴 때는 더 소리 지르게 해주라고??? 옹알이 시기에 소리를 지르는 것은 자신의 음색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강화될까봐 반응 안했는데 목소리 찾고 있었구나. 알고 보니 인어공주였어.





#하키취미치과의사

우리집 치과 주치의가 생겼다. 의사선생님은 스스로도 검진을 많이 하시지만 우리 부부의 구강상태도 불시검문을 자주하신다. 썩션! 검지손가락을 입 속으로 쏙 넣어서 이와 잇몸을 찌른다. 말 하고 있어도 썩션! 먹고 있어도 썩션! 입 다물고 있어도 썬션!


이분 하키선수도 겸업하고 계신다. 던지고, 배로 밀어 쫓아가고, 다시 잡아서 던지고. 아주 플레이가 좋다. 아.... 내 폰





#보행기

보행기 타는 법을 생각보다 빨리 익힌다. 처음에는 후진 밖에 못했다. 이리 오라고 손짓하면, 울면서 뒷걸음질로 움직였다. 이제는 자유자재로 돌아다닌다.


처음은 장난감 도서관도 이용해볼 겸 보행기를 빌려 써봤다. 들어온지 얼마 안됐다는 보행기는 딱 봐도 값나가는 좋은 보행기 같았다. 아기는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좋았는지 잘 탔다. 우리 부부도 편했기에 구매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자 할머니가 선물 사준게 없다며 사서 보내주셨고 감사히 잘 받았다. 그런데 새로운 보행기가 온 이후, 아기가 보행기를 타면, 우리 부부는 탭댄스를 춘다. 완벽하게 바퀴를 감싸는 디자인이 아니라서, 아래 단면까지는 라운드처리가 된 디자인이 아니라서, 본의 아니게 아기는 공격형 보행자다. 우리는 발을 여러번 찍혔다.


오늘도 아기가 나를 향해 열정적으로 보행기를 타고 달려온다. 집에서 장화를 신을 판이다.





#젖병잡기

손으로 무언가를 쥘 수 있기 시작하면서, 먹을 때 젖병을 직접 잡으려했다. 기특해. 아기는 주먹을 꼭 쥐고 태어난 버릇이 남아있는 것 같다.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네 손가락만 이용하려고 한다. 때문에 젖병을 잡으면 엄지를 빼서 제자리를 잡아준다. 그리고 중간쯤 먹으면 기울기 조절을 못해서 들어준다. 아무튼 한 두달 직접 젖병을 잡았고, 나도 아기도 뿌듯해했다. 그런데 어제부터 별안간 안하겠단다.

젖병을 보여주니, 태어나서 한 번도 내 손으로 먹어본 적 없다는 듯, 입만 벌리고 누워있다. 양손을 모아 젖병을 쥐어주니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운다. 아니야. 아기 넌 할 수 있어. 다시 손을 붙잡자 손바닥을 완벽하게 활짝 펼쳐 보여준다. 그리고 입만 ‘아’ 벌리고 있다. 나원참.


성장하고 싶은 마음과 퇴보하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몇 살이든 똑같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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