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이기심에

자신의 인생을 담보 잡히지 말자

by 김주리

정의 민족 한국


생판 모르는 남이 길에서 쓰러져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많은 이들이 도와주려 하고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어렵고 아픈 이를 위해 몇 억씩 기부하는 이도 있다 .

시골 작은 마을에서 이웃의 자식이 명문대를 합격하거나 고시에 패스하면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으로 플랫카드를 걸고 마을의 자랑으로 여겨준다.

수많은 봉사단체들이 알게 모르게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우리는 그렇게 사람의 타고난 그 무엇보다도 따스한 온도를 유지하는

"정"이라는 것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오죽하면 한 제과회사에서 정이란 것을 모토로 안 그래도 잘 팔리던 과자가

러시아까지 가서도 대박을 쳤을까


정에도 마지노선이 있다.

딱 그 이후로 넘어가면 그건 정이 아니라 쓸데없는 참견이자

커다란 불편함의 오지랖이 될 수도 있다.


민족 대이동이라는 설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명절이 반가운 이들이 솔직히 몇 프로나 될까 궁금하다

오랜만에 부모형제자녀와 만나고 멀리 떨어져 살던 일가친척까지 모여

여자들의 건강을 희생해 엄청난 음식을 곁들인 제사까지 지내며

서로 반갑게 만나는 행복한 날이라는 정의하에.....

대대로 쭉 전해져 왔다. 대단히 고귀한 날인 것처럼


물론 명절은 정말 만나고 싶던 가족들을 만나는 귀한 날이기도 하다.

직장인들은 며칠 푹 쉴 수 있는 편안한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명절을 통해 정이라는 이름으로 감싸진 참견과 간섭을

억지로 들어야 하는 이도 있다.

본 적도 없는 남편의 고증조 저 먼 조상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제사음식을 만들고 치우다 병이 나는 며느리들도 많다.

부모님의 조언을 기반으로 1년에

나를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삼촌고모이모 등등의

일가친척에게 미혼인 분들은 왜 시집 장가를 안 가냐며 걱정을 가미한

듣기 싫은 충고를 하시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권리가 있다.

결혼을 하든 애를 낳든 안 낳든

어떤 직업을 가지던

혼자 살던

머리가 길던 짧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여행을 가던

이직을 준비하던

다 그건 본인의 인생이고 책임도 본인이 지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 백수인데 일 안 하고 남에게 나의 경제력을 보충해야 하는 의무를 지우면서

타인을 힘들게 하면 안 된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

책임이 있는 자유는 나만의 것이고 나만의 권리이다.


한국인들은 아직도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여기며 자신보다 연배가 낮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충고라는 이름으로 상당한 간섭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때로는 조언이 아니라 자신의 이기심을 걱정으로 미화한

좋지 않은 오지랖이다.


옆 집 할머니가 아이를 하나 키우는 아기엄마를 보고

" 아이고 아이 하나 낳으면 어떻게 해 외로워서

애가 성격이 안 좋아져.... "

지금은 조금 나아졌을지 모르지만 정말 내가 아기를 낳았던 12~15년 전만 해도

주위에서 첫 아이만 낳았을 때 이런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다.

아이 둘을 15년 가까이 키워보니 절대 아이가 둘이된다고 두 배 힘든 게 아니라

몇 배는 더 힘들어지는 게 육아란 걸 뼛속 깊이 느끼고 있다.


나에게 걱정을 해주었던 그분이 내 아이를 키워줄 것인가?

부모님이라 해도 자녀에게 아이를 낳아라 말아라 결혼을 해라 말아라

아이를 둘은 낳아라..... 걱정에서 물론 오는 것임을 알지만

부모라도 자신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한 이기심이 어느 정도는

들어있는 정은 조금은 지양했으면 좋겠다.


상대의 조언으로 나의 인생이 담보 잡힌다는 걸 생각해 보면

상대의 이기심이 들어간 조언은 정중하고 현명하게 거절하는 법도 익혀야 한다.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우선 내가 상대에게 하는 조언이 나의 이기심이 아닌지 먼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명절 때 싸움이 자주 나는 이유도 우리는 모두 이기적인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도 이기적이지 아닌 사람은 없다.

나를 사랑하는 이기심만 내게 부리고

타인에게까지 이타로 포장된 이기심을 건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명절이 다가온다

조선시대 가풍을 가진 시댁의 첫째 며느리인 나는

한 달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증이 온다.


이번 명절엔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만 더 이타적이길 바란다.






'


작가의 이전글착하다는 새로운 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