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눈사람

in 거친 눈밭

by 김주리

설원의 아름다운

이상은 무뎌졌고

눈사람 완성의 기쁨은

많이

귀찮아졌다.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기쁨을 준다며

기다림 끝에 내려와 준

눈에겐 많이 미안하지만


눈을 아름답게만 보기에는

눈에 묻을 이 세상 시꺼먼 먼지들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

어른이 되었다.


청소년 아이들은

아직도 겨울이 오면 눈을 기다린다.

초등 때처럼 눈오리를 가지고 모양을 만들진 않더라도

흰 눈을 보며 행복을 느낄 설렘으로

하얀 옷을 입은

눈을 기다린다.


눈보다 더 반짝이는

눈을 기다리는

순수함이 남은

그들의

눈빛이 부럽다.





굴린다.


내 인생의 차갑고 거친 눈밭에서

인생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열심히만 굴리면

모든 눈가루가

튼튼히 뭉쳐질 거라 착각했다.


내 인생 눈사람은

하얗고 아름다울 거라 기대했다.


내 인생 눈사람은

부서지지 않고 내 의도대로

원하는 데 까지

커질 거라 믿었다.


하늘은

신은

자연은

자주

동그랗고 귀여운

내 인생 눈사람을

허락하지 않았다.


단단히 뭉쳐지는 듯하더니

한 순간에 한 귀퉁이가 무너졌다.

다시 열심히 뭉쳤는데도 모양이 찌그러졌다.


그렇게 내 인생의 눈사람은

수많은 고뇌를 겪고

좌절을 이겨냈다.


따스함이 찾아오기도 전에

망가져 버리는

불행도 이겨냈다.


그렇게 동그라미가 아닌

모서리가 가득 진

네모난 인생 눈사람


거친 눈밭에서 살아난

너는

동그란 눈사람보다

멋지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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