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거친 눈밭
설원의 아름다운
이상은 무뎌졌고
눈사람 완성의 기쁨은
많이
귀찮아졌다.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기쁨을 준다며
기다림 끝에 내려와 준
눈에겐 많이 미안하지만
눈을 아름답게만 보기에는
눈에 묻을 이 세상 시꺼먼 먼지들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
어른이 되었다.
청소년 아이들은
아직도 겨울이 오면 눈을 기다린다.
초등 때처럼 눈오리를 가지고 모양을 만들진 않더라도
흰 눈을 보며 행복을 느낄 설렘으로
하얀 옷을 입은
눈을 기다린다.
눈보다 더 반짝이는
눈을 기다리는
순수함이 남은
그들의
눈빛이 부럽다.
굴린다.
내 인생의 차갑고 거친 눈밭에서
인생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열심히만 굴리면
모든 눈가루가
튼튼히 뭉쳐질 거라 착각했다.
내 인생 눈사람은
하얗고 아름다울 거라 기대했다.
내 인생 눈사람은
부서지지 않고 내 의도대로
원하는 데 까지
커질 거라 믿었다.
하늘은
신은
자연은
자주
동그랗고 귀여운
내 인생 눈사람을
허락하지 않았다.
단단히 뭉쳐지는 듯하더니
한 순간에 한 귀퉁이가 무너졌다.
다시 열심히 뭉쳤는데도 모양이 찌그러졌다.
그렇게 내 인생의 눈사람은
수많은 고뇌를 겪고
좌절을 이겨냈다.
따스함이 찾아오기도 전에
망가져 버리는
불행도 이겨냈다.
그렇게 동그라미가 아닌
모서리가 가득 진
네모난 인생 눈사람
거친 눈밭에서 살아난
너는
동그란 눈사람보다
멋지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