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그림자

Episode. 찬란함 뒤에는 언제나 어둠이 숨어있다.

by 김주리

No. 1 판사 김경수



딴따따단 딴따따단~~~...... 신랑신부 동시 입장!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밝게 번지는 조명보다 더 강렬한 하객들의 박수소리와

미소가 예식장을 가득 채웠다.

경수는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다물며, 눈부신 이 순간을 맘껏 누리고 있었다.


‘37년 동안 이렇게 활짝 웃어본 적이 있었을까'

내 삶은 이제 탄탄대로야.

두고 봐! 이제 내 인생에 어둠은 없어.'

행복한 시작을 다짐하며,

신부의 손을 꼭 잡은 경수는

경쾌하고 씩씩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신부의 하얀 드레스 자락은

샹들리에 불빛보다 더 밝게 빛났고,

사람들의 환호 소리에 신나기라도 한 듯

나풀거렸다.


“하객분들께서는 새로운 출발을 하는

아름다운 한 쌍의 커플을 맘껏 응원해 주십시오”

신랑 신부 행진 시작! “

폭죽 터뜨리는 소리가 들리고 ,

사람들의 환호는 점점 더 높아졌다.


‘ 노총각 경수 드디어 장가가는구나!

’ 김경수 판사님 잘 살아라!‘

’ 고생 끝에 낙이 오는구나!.

부럽다 자식!

성공했다! 김경수우우~~~~~~~~~~~~~~~우!

경수의 얼굴은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고 말하듯

웃음이 넘쳐났다.


혼주석에 앉아계신 주름보다 더 많은 눈물로 가득한

어머니의 얼굴

아버지의 빈자리를

자기도 모르게 애써 피했다.


경수는 중얼거렸다.

"고진감래"

내 인생에 더 이상 어둠은 없어!

행복한 웃음만이 보이던 경수의 얼굴엔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어두운 그림자가 잠깐씩 스쳐 지나갔다.


아름다운 신부가 팔짱을 꼭 낀 채로

경수의 얼굴을 수줍게 쳐다보던

바로 그때.


퍽!

찰나의 정적


잠시 후,


예식장의 모든 불이 꺼졌다.

힘찬 박수소리

따스했던 음악

밝았던 조명

예식에 참가한 모든 사람

모두 사라졌다.


깜깜한 어둠 속

경수는

유일하게


혼자


서 있었고,

그의 머리 위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켜져 있었다.


"뭐지?... 왜 이래? 어? 뭐냐고?

(점점 커지고 당황해 분노의 중간쯤 떨리는 목소리..)

경수는 두려움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경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크게 당황하고 ,

어둠 속 유일하게 홀로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위아래로 쳐다보며 말문이 막혔다.

경수가 입고 있었던 예식을 위한 턱시도는 온 데 간 데 없고,

찢어지고 피가 묻은 누더기 같은 법관복이 입혀져 있었다.

옷을 만지며 더욱 놀라고 당황해 식은땀까지 흘리는 경수

그 순간..

차갑고 싸늘한 목소리로 안내방송이 들렸다.


” 00 지방법원 김경수 판사님!

당신을 공직자 뇌물수수 혐의로 긴급 체포하며,

판사직 해임을 명합니다!”


"네??.... 뭐 뭐 라 고 요...?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했던 경수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 아 아 아.......... 안돼....... 안돼에~~~~~~~~~~~~~~~~~!"


절규가 끝날즈음

경수는 혼자 눕기에도 부족해 보이는

작은 침대 위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고, 가쁜 숨이 계속 터져 나왔다.

그의 손에는 읽다 만듯한 고시수험서적이 펼쳐 있었다.


땀방울이 떨어진듯한 책 귀퉁이 마지막 문장이

경수의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


경수는 젖은 이마를 거칠게 훔쳤다.

허탈함 놀람 두려움의 마음은 결국 한숨으로 마무리되며,

그 자리는 또 다른 불안으로 다시 채워졌다.



==> 2편은 11월 18일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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