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찬란함은 그림자를 동반한다
No. 3 불편한 만남
고시원을 빠져나온 경수는 바로앞이 찾길인데도
빈택시를 잡지 못해 당황해 하고 있었다.
고시원 건물 앞 길바닥에 앉아 연신 술을 마시고 있던 이모님의 남편이 갑자기 소리쳤다.
" 어...저기 누구 내리는데에.... 하하하하 !
빨리 잡는 사람이 임자!
늦으면 탈락!
다음 기회에에에~
달려야 잡는다 더 빨리 달리라고
히히히히히히 ~~~~~~"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 내리는 택시가 보였고, 경수는 성의없는 인사로 고개를 까닥하며
빠르게 뛰어가 택시기사가 뭐라고 말하려 하는걸 무시한 채 재빠르게 탑승했다.
기사는 행선지도 물어보지 않고 탔다고 경수에게 쌀쌀맞게 화를 냈지만
기사의 말에 대답할 여유도 없이
”기사님 제발 빨리 가주세요!
살려주세요!
부모님이
죽어가요
죽어간다고요 “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로
부모님이 장사하시는 곳을 목적지로 댔다.
백밀러로 보이는 경수의 모습은
금방 눈물이 터져 나올 듯
슬프고
매우 다급하고
불안하고
심하게 초조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택시기사님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무의식적으로
엑셀을 더 세게 밟을 수 밖에 없었다.
기사는 자신의 오른발에서
식은땀이 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오늘따라 운 없다는 듯
신호등의 빨간색이 자꾸만 택시를
멈추게 했다.
자기도 모르게 오른쪽 손톱들을 연신 물어뜯던 경수의 머릿속은
너덜해진 손톱보다 더 너덜너덜
온갖 나쁜 생각에 망상까지 더해져 있었다.
택시에 좀비처럼 앉아있던,
그 몇십 분이 며칠처럼 길게 느껴졌다.
내릴때가 되서야 경수는 자신의 발을 쳐다보았다.
한쪽엔 고시원 슬리퍼가
한쪽엔 자신의 운동화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조금 작아 구겨신은
운동화가 신겨 있었다.
부모님이 계신곳에 거의 다 와갔지만
길이 많이 막혀 차는 더이상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은 떨어진 곳에 미리
내렸다.
거스름돈을 조금 받았다.
받은 지폐 위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조금은 멀리서도 큰일이 난 게 느껴질 정도로
부모님 리어카가 있던 자리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게 보였다.
꽤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둘러싸고 서 있었다.
둘러싸인 건 분명 아버지일 것이다.
아니길 바라지만 맞다.
누군가의 큰 외침이 경수에게 들렸다.
”119 곧 올 거예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
머릿속에서 점점 소리가 희미해져갔다.
119 구급차는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보이지 않았다.
경수는
쏟아지는 눈물을
연신 훔치며
부모님 쪽으로 달렸다.
각기 다른 신발
두 개를 벗어서 손에 들었다.
경수가 택시에서 내린 바로 앞에 있던
리어카에서 조금 떨어진
공중전화박스 앞엔
보지 않았어도 조금전의 현장을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리어카의 부서진 파편들
부모님의 땀이 담긴
음식이 흙에 뒤섞여
나뒹굴고 있었다.
경수의 마음은 부서진 리어카보다도 더 처참했다.
그 때,
경수의 여동생 경미와
말끔히 차려입은 경수의 초등학교 친구 성민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차에서 내려
급히 부모님이 계신 쪽으로 오는게 보였다.
성민은 분명 경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본 듯 만 듯 피하더니,
“ 어머님 아버님! 무슨 일이세요?!
제 차로 빨리 가요. 어머님,경미야
아버님 업을 수 있게 좀 도와주세요“
“ 응 오빠 고마워 흑흑 엄마! 아빠 괜찮을 거에요, 빨리 성민씨 차로 가요”
그제서야 경미도 오빠를 불렀다.
25년 만에 보는 성민.
그리고 어른이 되어
겁에 질려 울고있는 경미를 그 잠시 찰나에도 안아주던 성민.
경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
더 이상 부모님 앞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구급차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경수에게
점점 가까이 다시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발바닥은 날카로운것을 그대로 밞았는지 아팠다.
그러나 마음보다 더 아픈것은
지금
그 무엇도 없었다.
경수는 아버지를 업고
차로 뛰어가는 성민의 뒤를
어떻게 쫒아가야 할지
혼란스러운 걸음을 내딛으며,
잊고 있었던
그 때가 문득
떠올랐다.
딩동동동.....딩딩동동.........딩
종이 울리기도 전에
미리 가방을 싸는 아이
종알종알 뒷친구랑 떠들기 시작하는 아이
학교 오는걸 좋아하는 아이
모범생에 교사까지도
모두가 분주해 지는
조퇴시간
선생님의 부름을 받은
11살 경수는
수줍은 표정이었지만
조금은 씩씩한 발검음으로
교탁 앞으로 나갔다.
“ 이번에 경수가 전교에서 유일하게 수학경시 만점을 받아서 상을 타게 됬어요.
모두 박수 크케 쳐주세요.
다들 경수처럼 공부 열심히 해야되요.
특히 오늘 숙제 안 낸 당번들!! 더더욱 명심하세요”
경수는 선생님의 칭찬을 들으며 강요에 마지못한 친구들의 우렁찬 박수세례를 받았다.
수줍은 듯 행복해 보이는 경수의 등 뒤로 보이는
녹색 칠판 오른쪽 구석아래쪽에는
이런 글씨가
쓰여 있었다.
국어 숙제 안 낸 사람
청소당번
최성민
김은주
이숙희
이지홍
!! 끝나고 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