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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lining Session

실행을 향한 첫 합의

by Steve Kim


Outlining Session - 실행을 향한 첫 합의


Outlining Session은 제품 개발의 출발점이자, 실행을 위한 첫 정렬의 장입니다.

이 세션은 단순한 아이디어 회의가 아닙니다.

문제 정의(Problem Definition), 범위 설정(Scoping), 구조화(Structuring),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까지 이 네 가지 과정을 하나로 엮어 아이디어를 실행 가능한 형태로 다듬는 과정입니다.


즉, Outlining Session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결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자리입니다.


누가 참여하는가


Outlining Session은 특정 역할의 독무대가 아니라,

각자의 전문성이 교차하며 균형을 맞추는 협업의 장입니다.

일반적으로 세 가지 주요 역할이 참여합니다.



① 제품 담당자 (Product Owner / Manager)


제품 담당자는 문제의 배경과 비즈니스 맥락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왜 이 프로젝트가 필요한지, 어떤 고객 시나리오를 해결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회사의 전략적 방향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② 디자이너 (Designer)


디자이너는 사용자 경험의 흐름을 그려냅니다.

고객이 어떤 화면을 먼저 만나고, 어떤 행동을 거쳐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는지를 설계합니다.

다만 모든 문제가 디자인을 필요로 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디자인이 직접 필요한지 불확실한 경우에는 디자인 챕터 리드가 대신 참석하기도 합니다.


또한 제품 조직이 비즈니스를 서포트하는 형태라면,

이 세션에는 비즈니스 담당자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디어가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맞물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③ 엔지니어 (Engineer)


엔지니어는 기술적 제약과 리스크를 조기에 드러내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 단계에서 “실행 불가능한 접근”이나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를 미리 발견하면,

실행 단계에서의 좌절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목적 조직 내에 엔지니어가 많다면,

각 기능을 대표하는 시니어 엔지니어 혹은 챕터 리드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팀 구조와 규모에 따른 유연한 운영


모든 목적 조직에 PO나 PM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조직의 크기와 성숙도에 따라, 때로는 PM 없이도 세션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라면, 목적에 따라 이미 구분되어 있는 팀 구성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다만 이때는 세션을 주도할 Outlining 담당자를 명확히 지정해야 합니다.


어떻게 진행되는가


Outlining Session은 보통 반나절(약 3시간 전후)의 집중 워크숍 형태로 진행합니다.

때로는 하루를 나누어 며칠 간격으로 이어서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시간 동안 중요한 것은 긴 문서나 정교한 설계가 아니라, 빠른 스케치와 단순한 다이어그램입니다.

앞선 단계에서 강조했듯, 세부에 집착하지 않고 핵심 구조에 집중하기 위함입니다.


세션의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이 정도 윤곽이면 모든 사람이 프로젝트의 범위를 이해할 수 있다.”


그 윤곽이 완성되는 순간,

팀은 공통된 그림을 공유하게 되고, 이후의 Structuring과 Prototyping 단계가 훨씬 효율적으로 전개됩니다.


구체성과 단순성의 균형


Outlining의 핵심은 구체성과 단순성의 균형입니다.

너무 추상적이면 실행 단계에서 여전히 모호함이 남고,

너무 세밀하면 창의적 탐색의 여지가 사라집니다.


따라서 Outlining의 원칙은 명확합니다.


“핵심 구조를 보여주되, 세부는 팀의 자율에 맡긴다.”


이 세션에서 만들어진 스케치와 다이어그램은

실행의 출발점일 뿐, 완결된 답이 아닙니다.

팀은 이 윤곽을 바탕으로 각자의 해석과 전문성을 더해 완성으로 나아갑니다.


Outlining Session vs. Sprint Planning


많은 사람이 Outlining Session을 Sprint Planning과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세션의 목적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Sprint Planning은 백로그(Backlog)를 기반으로 “다음에 할 일”을 정합니다.


Outlining Session은 새로운 문제를 꺼내고, 그것을 다시 정의하고 다듬는 자리입니다.



백로그는 과거의 아이디어를 쌓아두는 저장소이지만,

Outlining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를 새롭게 꺼내는 과정입니다.


백로그는 정렬이 아니라 정체입니다


제품팀에게 “백로그를 관리해본 적 있나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합니다.

그러나 “그 백로그를 어떻게 관리하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주기적으로 정리한다”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정리한다’는 말은,

사실상 그 주기가 돌아올 때까지 방치한다는 뜻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백로그를 볼 때마다 ‘쓰레기가 쌓인 집’을 보는 기분이 듭니다.

누군가는 언젠가 정리하겠지 생각하지만,

그 ‘언젠가’는 오지 않습니다.


국내의 잘 운영되는 유니콘 기업조차

Jira 보드에 수백 개의 백로그를 쌓아둔 채 방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제품 운영 방식을 저는 극도로 경계합니다.


백로그는 정렬의 도구가 아닙니다.

그저 ‘결정하지 않은 일’의 목록일 뿐입니다.

Outlining Session은 이러한 무질서한 리스트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진짜 해결해야 할 것만 남기는 과정입니다.




Outlining Session의 본질


결국 Outlining Session은 조직이 생각을 정리하고 실행의 축을 세우는 의식(ritual)입니다.

문서보다 대화가 중심이 되고,

의견보다 공감이 중요하며,

결정보다 이해가 먼저 오는 시간입니다.


이 세션이 잘 작동하면,

조직은 백로그에 쌓인 수많은 “해야 할 일”에서 벗어나

“지금 당장 해결할 문제”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Adaptive Cycle이 말하는

정렬된 실행, 그리고 살아있는 학습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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