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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rulean blue Aug 21. 2019

엄마의 동그랑땡


명절마다 다 썰고 치대고 손으로 굴리고 밀가루 계란 묻혀서 팬에 굽고 굽고 또 구웠던 동그랑땡.
어느 집이나 들어가는 재료는 비슷한데 사 먹거나 시가에 가서 먹으면 절대 그 맛이 안 난다.

요즘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 생각이 나는 날이 참 많은데 다른 건 다 따라 해 봐도 동그랑땡이랑 김밥은 엄두가 안 났다. 김밥은 엄마처럼 꾹꾹 눌러 작고 예쁘게 쌀 자신이 없어서고 동그랑땡은 결혼하고 명절 몇 번 겪으면서  괜히 손이 안 가는 메뉴가 돼버려서다.

그런데 며칠 전, 뭐에 홀렸는지 장바구니에 돼지고기 다짐육과 대파를 넣고 바로 결제를 해서 다음날 배송이 왔다. 한 이삼일 냉장고 문 여닫아가며 저걸 어쩌지 하다가 유통기한 하루 남기고 결국 일을 벌였다.

망치면 망설이지 말고 버리자는 결심으로 했는데 웬걸, 엄마의 동그랑땡 맛이 났다.
재료 준비하는 과정은 정말 쉬웠다. 그냥 다 다져 넣으면 되니까.

요리하는 과정 중에  내가 특히 좋아하는 건 썰기다.
여러 가지를 아무 생각 없이 썰다 보면 잡념들도 썰려나가는 것 같다. 잘게 다져지고 섞이면 원래의  형태는 사라지지만 맛은 훌륭하니까 (내 고민들도 결과가 훌륭하면 좋으련만). 


다만 난 정말 기름 냄새 맡고 기름 튀어가며 굽는 게 너무 싫다. 명절에  맨바닥에 앉아서 전을 부치고 나면 그날 밤에는 끙끙 앓느라 못 잘 만큼 허리가 약하고 더위에 취약한데 땀을 안 흘리는 나는 열기 앞에 오래 있으면 피부가 따갑거나 우둘투둘해진다.

만들기만 좋아할 뿐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편은 아닌데 (신랑이 늘 의아하게 여기는 부분) 이번 동그랑땡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렇지만 당분간은 다시 만들지 않을 예정이다. 왜냐면, 곧 추석이 오기 때문이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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