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erulean blue Aug 23. 2019

주홍글씨처럼 새겨진 그 날

20190805. 어린이집 퇴소기



아침에 네가 유독 심하게 오래 울긴 했지만 피곤한 데다 월요일이어서 더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울고 들어갔어도 곧 그치고 잘 놀 거라고 생각했어.  

집중이 잘 안되었지만 입술 잘근잘근 씹어가며 눈에 불을 켜고 구직 사이트를 뒤져대다 모처럼 마음에 쏙 드는 곳을 발견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력서를 보냈어.


약속되어 있던 일이 있어 해결하고 급히 장을 보고 청소를 하고 피곤하지만 애써 웃으면서 널 데리러 갔는데...


너의 양쪽 눈이 빨갛게 짓물러 있고 우는 듯 웃는 듯 어색하게 웃으면서 걸어와 아무 말 않고 네 턱을 내 어깨에 푸욱 묻는데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어린이집에서 나와 고개를 숙이고 너를 유모차에 태우는데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 하면서 손을 잡더니

"엄마 울지 마~ 코 삼키면 안 돼~ 우리 동그란 빵 먹으러 가자" 하는데
널 유모차에 태워두고 36도의 햇볕 아래서 엉엉 울었어.


점심을 안 먹어서 깨끗한 네 식판을 닦다가 울고 저녁을 두 그릇을 먹고 더 달라는 널 보고 밥을 푸면서 울고 간신히 진정했다가 밤 9시에 올라온 키즈노트를 보고 또 끅끅 울어댔다.


네가 진짜 힘들어하는 건지 그저 어리광인 건지 가늠이 안 가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오늘은 뺨을 서너 대는 후려 맞은 기분이었다.
엄마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옳을까.


작가의 이전글 어린이집 찾아 삼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