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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 Jul 16. 2022

결혼 적령기는 없다.

"오늘 운동은 여기까지 입니다. 수고하셨어요."

인형 같은 속눈썹이 인상적인 필라테스 선생님은 후들거리는 나에게 시원한 물 한잔을 건넸다. 운동을 마치면 나는 바람같이 사라지는 타입이다. 내가 '지불하지 않은 시간'에 대해 아주 깔끔한 편이다. 오늘은 새롭게 등록을 하고 서류에 싸인도 해야 해서 잠시 앉아서 물 한 잔을 마셨다.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다.

"선생님은 지금 뭐가 제일 고민이세요? 생각하지 말고 하나, 둘, 셋!"

"결혼이요!"


서른 초반인 선생님은 결혼이 고민이라고 했다.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애는 언제 낳나, 애를 낳으려면 빨리 결혼을 해야 하나. 이런 것들이 고민이라고 했다. 내가 만약 대학 때 연애를 하고 어영부영 졸업과 함께 일찍 결혼하지 않았다면 나도 그런 고민을 했을 것이다. 일생을 좌우할 결혼. 해도 안 해도 고민거리인 결혼. 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결혼 적령기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사회는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변화하고, 기술의 발전은 나의 허접한 상상력 그 이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적령기'라는 말에 속지 말자. 남성들의 나이는 그다지 크게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유독 여성의 나이에는 민감하다. 물론 생물학적으로 적절한 나이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결혼을 한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때문에 떠밀리듯 빨리빨리 '해결'하려는 태도는 더 큰 문제를 만들고 만다. 출산의 문제 때문에 여성의 나이가 문제가 된다면 요즘은 '난자 냉동'이라는 방법도 있다. 그 방법까지 가지 않아도 요즘은 40이 넘은 초산 임부들도 흔하다.


결혼은 '언제'가 아니라 '누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상적인 동반자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모르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멋모르는 스물다섯 살에 딱 한 번 결혼을 해봤는데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생각해보면, 다정한 인품, 책임감, 어떤 분야든 능력 이 세 가지를 꼽겠다. 절대적으로 피해야 하는 요건도 있는데 습관적 거짓말, 히스테릭한 직계가족, 나쁜 남자 기운 있는 사람은 꼭 피했으면 좋겠다. 앞에 세 가지는 협상이 가능하지만 뒤의 세 가지는 협상 불가이다. 부잣집 집안도 내 생각에는 별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


외롭다고 결혼을 해결책으로 생각하지 말자. 혼자라서 외로운 것은 스스로도 이해가 가고 해결이 되는 일이지만 결혼해서 외로운 것은  깊이가 지독하다. 외로움을 상쇄시켜줄 사람을 찾기 위해 결혼을 서두른다면 필연코   함정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언제 결혼하면 되냐고?


하고 싶을 때. 적어도 서로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나와 그의 인생을 별개로 생각할 수 있는, 결혼했지만 상대의 세상도 이해해 줄 수 있을 때. 더 중요한 것은 혼자 살아도 살 수 있지만 사랑하기에 함께 하고 싶을 때 그때가 바야흐로 결혼할 때이다. 그때가 마흔을 넘어간다고 해도 아무나 와 결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능력 있고  돈 많이 버는 왕자님을 기다리기보다 나 스스로 빛나는 한 사람으로, 품위 있는 한 사람으로 당당해져야 한다. 그런 사람에게 그에 어울리는 사람이 오는 법이다.


그래서 나의 결혼 생활은 어땠냐고?

쉿!

모든 여자들에게는 비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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