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강렬한 자유를 향한 갈망
<스펜서>를 보았다. 내가 열 살 때였나.. 더 어렸나. 다이애나의 결혼식은 충격이었다. 우주 밖의 이벤트였다. 그녀의 벌룬 소매 웨딩드레스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야 말겠다는 열망이 가득해 보였다. 어린 내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 마차를 타고 신데렐라처럼 눈부신 미소를 지어 보이던 다이애나가 지금도 기억난다.
이미 다른 여인을 사랑하고 있는 남자와의 결혼생활. 엄격한 왕실 생활. 사생활이라고는 없는 유리창에 갇힌 작은 새처럼 사육당하는 심정. 바람처럼 자유로운 스펜서(그녀가 불리고 싶어 했던 이름)의 영혼이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으리라. 아마 매일 눈뜨기 두려웠을 테고, 깨진 유리 위를 걷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스펜서였다.
영화 속에 배우 크리스틴은 찾아볼 수 없었고, 스펜서, 한 가닥의 자유와 진정한 사랑을 갈망하는 스펜서만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자유가 없는데. 사랑이 없는데. 마치 불 때지 않아 추운 화려한 궁전에 사는 것처럼, 인간이라면, 피가 흐르는 인간이라면 견디기 어려운 삶이었을 것이다. 영화 내내 스펜서의 슬픔 속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웠다. 그녀를 사랑한다는 매기의 고백에 큰 위안을 받았다. 왕자들은.. 어린 왕자들은 순수하지만 부서지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두렵고 슬펐을까.
<스펜서>.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기억했기보다는, 자유와 사랑을 찾으려 했던, 슬프지만 용감했던 한 여인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