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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 Jan 09. 2024

가라앉은 하루



오늘 요가를 시작한 이래로 세 번째 머리서기를 했다. 물론 선생님이 든든하게 잡아 주셨다. 발을 딱 잡는 게 아니라 손만 살짝 대시는데도 그 에너지로 거꾸로 서 있는다. 오늘은 다리를 올리는 기분도 아주 가뿐했다. 스르륵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고 예전과 달리 버티는 대략 1분의 시간이 힘들지 않았다. 어깨힘을 써야지. 정수리로 밀어야지 등 ‘생각’을 할 여유도 있었다. 내려오는 것도 접고, 접고, 접고 차례로 잘 내려왔다.


무엇보다 기적적인 것은 목이 하나도 아프지 않고 가뿐했다. 예전에는 억지로 목의 힘으로 버텼던 것 같다. 한번 할 때마다 목에 부담이 갔었지만 이번에는 아주 가볍게, 목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오늘 집에 와서 여러 번 연습했는데 역시 어깨가 문제다. 어깨로 밀어야 하는데 어깨에 좀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도 발은 살짝 띄웠다. 올해 안에는 혼자 머리서기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침부터 서둘러 요가를 했지만 출근도 하지 않고 하루종일 집 안을 서성였다. 아무래도 일조량 탓이겠지만 밖에 나가는 게 힘이 든다. 현관문 열기가 부담이 된다. 혼자 <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었다. 이제 조금 남았는데 다 읽어 버리기가 아까워서 책을 덮고 또 낡은 의자에 다리를 접고 앉아있다. 펄롱의 마음을 따라간다.


침잠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다음 주 일정이 타이트하기 때문에 무서워서이기도 하다. 다음 한 주를 지나면 비로소 정시가 끝난다. 중요한 일정이 많아서 긴장이 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도저히 안될 것 같던 평영 발차기가 아주 약간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발을 찰 때 ‘깨굴!’ 하는 느낌으로 차니까 더 잘된다.


햇빛이 너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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