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실 Jan 10. 2024

별 일없는 수요일 오후


가능하면 빼놓지 않고 요가를 가고, 수영도 가능한 시간을 지킨다. 그렇게 열심히 해도 그저 그런 수준이지만 개의치 않고 몸에 익을 수 있도록 계속한다.


그런데 좀 달라졌다. 수요일은 요가 아사나를 세게 하는 날이다. 그래서 중간에 짜뚜랑가 단 다사나 할 때 힘든 사람들은  아기자세로 쉬어도 된다. 몇 분들은 실제로 쉬어가며 한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렇게까지 힘들지가 않다. 예전에는 어떤 자세로 세 번의 호흡을 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다섯 호흡을 해도 할 만하고 짜뚜랑가 단 다사나를 해도 무너지지 않고 가슴을 앞으로 밀면서 천천히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삼두근에 힘이 생겼다.


요가를 가뿐하게 마치고 얼른 가방을 챙겨서 자유 수영도 다녀왔다. 예전 같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다.


암수술을 하고 한창 항암치료를 받을 때 가장 답답했던 점은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매일 휘청거리면서도 동산을 오르거나 강변을 걸었었다. 주사를 맞은 일주일 동안은 팔을 칼로 깎는듯한 통증이 있어 팔이 달린 옷 입기가 어려웠지만 겨우 대략 삼십 분 동안 어떻게 어떻게 옷을 입고 동산을 다녔었다.


몸에 통증이 없는 상태라니! 수영장 밖을 나오면서 이 기적 같은 순간을 그새 당연히 여겼구나 하며 기록을 남긴다. 어제 잠시 만난 나의 보석 같은 친구가 말했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다가 모든 것이 평범한 그 순간이 수없이 많은 우연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가 무탈한 것에 큰 행복감을 느꼈다고 했다.


별 일없는 수요일 오후는 마치 대단한 영화제목 같다. 폭풍 같은 나날을 통과한 나에게 이 오후는 참으로 대단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라앉은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