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당신의 부재

삶의 모든 순간을 꿰어온 당신의 빈자리

by Leena

당신의 부재(不在)가 나를 관통하였습니다.

Your absence has gone through me.

마치 바늘을 관통한 실처럼.

Like thread through a needle.

내가 하는 모든 일이

Everything I do is

그 실 색깔로 꿰매어집니다.

stitched with its color.


- 윌리엄 스탠리 머윈, 이별 Separation by W. S. Merwin



나는 오래오래 이 시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한 단어 한 단어. 읽고 또 읽었지요.

고작 네 줄의 시를 나는 몇 해에 걸쳐 읽었는지 모릅니다.

당신의 부재가 나를 관통하던 그날을 나는 영영 잊지 못합니다.

아니, 당신이 홀연히 내 곁을 떠나버리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보낸 우리의 아침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그때, 내가 당신에게 더 애원했었더라면.

그때, 내가 당신 앞에서 더 울었더라면.

그때, 내가 당신을 한 번만 더 안았더라면.

그때, 내가 당신을 한번 더 불렀더라면.

당신은 아직 내 곁에 있을까요.


나는 가끔 생각합니다.

어딘가에서 당신이, 느닷없이 나타나 날 꽉 안아주지 않을까.

흘러버린 시간이 의미 없게 여겨질 만큼 단번에 당신은,

당신만은 나를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자주 당신을 부르다가 울었습니다.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다가, 꺽꺽 소리 내어 울다가, 베갯잇을 적시다가, 가슴을 퉁퉁 치며 울다가 당신을 불렀습니다. 왜 당신은 나를 떠나야 했을까요.


당신이 없이도 나는 공부를 하고,

당신이 없이도 나는 취직을 하고,

당신이 없이도 나는 사랑을 하고,

당신이 없이도 나는 살아갑니다.


실은 나는

당신이 없어서 더 공부에 열을 냈고,

당신이 없어서 더 돈을 벌고,

당신이 없어서 더 사랑을 했고,

당신이 없다는 사실을 내 삶의 모든 순간에 꿰어가며 살았습니다.


아주 오랜 후에, 나는 꼭 당신을 만나야겠습니다.

당신 없이 나는 꽤 열심히 살았다고 꼭 말해야겠습니다.

내 모든 순간에 당신을 꿰어가며 버텼다고 꼭 말해야겠습니다.




삶은 가끔 지나치게 가혹합니다.

나는 다섯 살에 당신을 잃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떠나던 날 아침, 출근하는 당신을 붙잡고 나는 아침부터 괜스레 왕왕 울었습니다.

퇴근길 당신의 오토바이는 화물트럭과 사고가 났습니다.

당신은 한 순간에 허무하게 내 곁을 떠났습니다.

당신이 공기 중으로 흩어져간 그 8차선 도로를,

중학생이 된 나는 삼 년간 가로질러 등하교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것도 모르고요.


아빠, 아빠... 아버지.

당신이 없는데도 삶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계절마다 소생하는 지천의 꽃들은 경의로울 정도로 아름답고,

형형색색 단풍 드는 나무들은 볼 때마다 신비합니다.

햇살은 여전히 따뜻하고, 아이들의 눈동자는 감탄스럽게 맑습니다.

아빠. 당신 덕분에 나는, 너무 일찍 삶의 비밀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정말이지 모두 시한부 인생입니다.


되도록이면 어느 한 순간도 허투루 살지 말 것.

누구에게라도 사랑의 말만을 남길 것.

당신의 부재가 오늘도 나를 살게 합니다.




- 잊히지 않는 기억들을 차곡차곡 모아봅니다.

나의 이야기가 당신에게 가 닿을 수 있을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