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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의파랑 Feb 04. 2022

21. 다시 돌아온 학기

개강 - 메일링 겨울호 3편

약 7개월 만에 학교로 돌아갔다. 이제 고작 1주일을 다녔을 뿐인데 과제며 미팅이며 할 일이 쏟아지는 바람에 주말도 산더미처럼 쌓인 일들을 하나하나 지워가며 보냈다. 이번 학기에는 총 여섯 과목을 듣는데 이것이 엄청난 욕심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단 이틀도 걸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얘기할 때는 늘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할 일이 무진장 많아서 눈앞이 깜깜하면서도 이번에 심도 있게 공부하게 될 분야가 꽤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모든 일이 그렇듯 적절한 관심은 거대한 동기 부여로 이어지며 잘하고자 하는 욕심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낳는다. 나는 늘 이런 나의 열정 사이클을 손쉽게 예상하고, 두려워하면서 결국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번에도 결말이 뻔해 보이네. 

이번 주말 여행을 다녀온 샤모니.


이번 학기부터는 ‘Global Circular Economy’라는 체어에 들어가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공부하게 됐다. 쉽게 설명하자면 지구나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면서도 경제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기존 사례들을 분석하고, 그것을 실제 기업 환경에 적용해보는 교육 과정이다. 체어라는 것은 우리 학교만의 특성이자 강점인데, 어떤 한 분야를 관련 수업들을 통해 깊게 공부하면서 동시에 기업의 스폰서십을 통해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실무 경험도 쌓을 수 있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이다. 세미나나 필트 트립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관련 분야 실무자나 인사 담당자를 만날 기회가 주어져 그 분야 채용의 확률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내가 참여하는 체어는 로레알, 에실로 룩소티카, 그리고 부이그(우리나라로 치면 SKT나 KT로 통신사를 기반으로 하지만 건설사, 부동산,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라는 꽤나 굵직한 기업들의 후원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이번 학기 대부분의 수업은 환경 문제와 지속 가능한 발전과 관련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환경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가 높아져 기업들이 제품을 만들고 프로모션을 할 때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각종 법 규제나 재무적인 리스크 때문에라도 더이상 지속 가능한 발전을 떼고 회사의 전망을 논할 수 없는 단계가 되었다. 그래서 관련 부서들이 생기는 추세로 취업시 전망도 좋은 편이다. 


바쁠 게 뻔히 보이는 이유 중에 하나는 뭐 하나 허투루 대충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첫 주에는 위에 언급한 스폰서 기업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현재 본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 하나씩을 들고 와 현 상황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을 해줬고, 남은 학기 동안 조원들과 함께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 컨설팅을 해주어야 한다. 기업의 실무자와 우리(학생들), 그리고 교수님이 섭외해 온 환경 문제 전문가들까지 세 그룹이 협력해서 프로젝트를 진행시켜야 한다. 다음 주에는 실무진들과 첫 미팅을 위해 우리 팀 파트너인 로레알 본사를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회사에 (무급으로) 고용된 상태라고 볼 수 있으며 주어진 일을 잘해 내서 가능하다면 여름 인턴, 더 나아가선 정규직까지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는 이런 식으로 회사 매니저의 눈에 띄어 면접까지 진행하며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가 많고, 그걸 너무 잘 아니까 취업 때까지는 죽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샤모니에서 스키를 탔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학교를 돌아와서 깨달은 것. 작년 여름에 했던 인턴을 구하기 위해 지원서를 썼던 게 작년 1월부터였으니 그 말인즉슨, 올해 여름 인턴을 찾으려면 지금부터 꾸준히 기업에서 설명회에 참여하고 매일 채용 공고를 매일 훑으며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 이렇게 한 해가 다시 돌아왔지? 마치 오랜 휴식 끝에 출발선에 새로이 서서 운동화 끈을 묶는 마라토너가 된 기분이다. 남은 생을 여유롭게 보내기 위해 현재를 이렇게까지 타이트하게 살아내는 게 맞나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겠지만 언젠간 반드시 좋은 날 오겠지. 이만 쓰고 내일 수업자료 읽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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