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가 끝나고 난 후

이 슬픔을 정의할 수 있을까?

by 봄의파랑

워너원의 첫 번째 단독콘서트가 끝났다. 3일 내내 이어진 <One: The World> 의 모든 일정을 함께 했고, 매 순간 넘치게 행복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달콤한 꿈에서 이제 막 깬 사람처럼 슬펐다. 심지어는 툭 건드리면 눈물이 터질 것 같은 정도로 슬프다. 행복이 하룻밤 만에 슬픔으로 치환될 수 있을까? 이 낯선 감정 앞에 나는 한없이 약해졌고 한번 시작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하루종일 나를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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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질을 처음하는 것도 아니고, 콘서트를 처음 가본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올콘도 처음이 아니다. 사실, 모든 건 기존 나의 방식 그대로다.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고 그 사랑에 열과 성을 다하는 것. 근데 그 어떤 것도 지금의 여운 같지 않았다. 더 절절하게 사랑해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원하는 만큼 오래도록 이 그룹을 볼 수 없어서 그런가, 아무리 영원은 없다고 해도 영원을 바랄 수조차 없는 이 관계가 갑자기 실감이 나서 그런가? 아니면 현재의 삭막한 현실과 대비되는 그 꿈이 너무 달콤해서 그랬을까?


길고 긴 여운의 중심에는 가까이서 보고 느낀 워너원의 눈빛이 있었다. 그 눈빛 하나하나가 지금도 눈 앞에 생생하다. 그 전까지는 누군가의 눈빛이 그렇게 많은 말을 할 수 있는지 몰랐다. 워너원이 워낙 팬들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건 예전부터 알았지만, 스탠딩에서 직접 느낀 시선은 생각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2만 명의 팬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벅찬 행복감이 나에게도 오롯이 닿아 왔다. 그리고 그 순간의 마주침은 너무나 따뜻하고 큰 위로가 되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행복한 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행운, 그리고 내가 쏟은 사랑이 더 큰 사랑으로 돌아오는 기적. 그런 것들이 유난스럽지 않게 섞이는 이 세계는 마치 한 편의 동화 같다. 그리고 세상의 마지막 아름다움까지 붙잡고 싶은 나에게 가장 쉽게 허락된 그 동화는 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나를 한없이 약하게 만드는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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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어제 지성이가 막콘 오프닝 멘트 때 ‘팬들이 집에 가는 길에 현타가 왔다고 하는 걸 봤다고, 현타 오지 않게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즐겁게 해드리겠다’는 말을 했다. 팬들이 현타가 온다고 할 땐 ’연예인은 수많은 팬들한테 둘러 쌓인, 나랑은 너무 먼 존재'라는 걸 인지하게 되기 때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성이의 그 멘트에 '아니야, 난 현타 같은 거 안 와. 너희는 그 먼 곳에서 마음껏 빛나렴’ 이라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마주한 건 전혀 다른 종류의 현타다. 따뜻했던 그 세계와 대비되는 차가운 현실을 마주한 외로움과 쓸쓸함 같은 것. 그 넘치는 행복감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의 공허도 없었을까?


아직도 이 후유증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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