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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의파랑 Feb 02. 2019

파리에 와서 첫번째 주말을 맞았다.

02/Fev/2019

아직 시차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건지 오늘도 새벽 여섯시부터 깼고, 어학원 개강 전 마지막 주말인 만큼 집에 있으면 뭐하나 싶어서 이른 아침부터 준비해서 밖에 나왔다. 지난 번 파리 방문 때 오고 싶었는데 못 간 KB caféshop에 와서 플랫 화이트와 스콘을 먹으며 이 글을 쓴다. 아침에 먹는 갓 나온 빵 정말 최고다. 오전부터 이곳은 신문 읽는 사람, 노트북 하는 사람, 그리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활기를 띄고 있다. 신기한 건, 주말에는 카페 내 와이파이가 안된다는 것. 아마도 원활한 자리 회전을 위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첫 주가 지나갔다. 어제는 도착한지 5일만에 파리에서 살 집을 구했다. 집을 두 개 밖에 안 봤는데 타이밍이 잘 맞아서 다행히도 좋은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집 구하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주에 집을 최종적으로 계약한 후에 적어보도록 하고. 다만, 팁이 있다면 ‘Seloger’(내가 집을 구한 프랑스 부동산 사이트)에 내가 원하는 조건-예를 들면, 살고 싶은 동네, 월세 예산, 가구 완비 여부 등을 꼼꼼히 검색에 걸어놓고 해당 조건의 매물이 뜨면 메일로 알람이 오게 설정해 두는 것이다. 그러면 새 집 매물에 대한 링크가 메일로 오는데 마음에 드는 아파트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과감히 연락을 할 것. 실제로 나는 하루종일 메일을 체크했고 밤 10시 30분쯤 온 메일에 있던 아파트가 마음에 들어 일단 메시지로 컨택을 해두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전화를 했더니 바로 그날 집을 보러오라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게 내가 계약하게 된 집이다. 집 보러 가서 얘기를 들어보니 공고 올리자마자 첫 번째로 연락온 게 나였다고, 그래서 선착순으로 나를 골랐다고 했다. 'First come, First served'라며. 그러니 전화하는 걸 망설이지 말 것. 나 역시 불어로 전화를 거는 것에 엄청난 심적 압박을 느끼고 실제로 통화 중에도 당황해서 횡설수설하긴 했지만, 별 무리없이 의사전달을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이 나라는 그나마 전화를 해야 일이 진행이 되니까, 약간의 용기는 필수다.

한편으로는 또 사람 마음이 웃기다고 생각을 한 게, 집을 구해서 행복한 건 잠시고 또 너무 성급히 정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진짜 솔직히 이정도면 병이다. (ㅋㅋㅋㅋ) 그냥 곱게 내게 주어진 행운을 받아들이면 되는데 왜 이렇게 쉬웠지? 싶고, 내가 호구인 건 아닐까? 싶고. 아무튼 내가 생각한 예산 내에서 구한 건데 예산을 너무 높게 잡았나? 싶고. 이렇게 생각하니 끝도 없고…. 그랬다. 워낙 파리에서 집 구하기 어렵다는 글을 많이 봤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말고 잡은 것 뿐인데 별 생각을 다한다 싶으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그리고 생각보다 너무 일찍 집을 구하고(예상 기간 3주) 입주 날짜도 빨리 잡히는 바람에 임시 숙소에서의 숙박비 열흘 정도를 버려야 하지만, 이것 또한 아빠가 원래 날짜 맞춰서 들어가긴 어려운 거라고 해서 위안이 됐다. 다른 거 다 차치하고 집이 마음에 드니까 그냥 잘 살기나 하자.

겨울의 파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춥고 또 축축하다. 한국은 가뭄이 의심될 정도로 올 겨울 내내 비가 안 왔던 것 같은데, 여기 도착한 후로 비가 안 온 날이 없다. 이왕 축축한 거 눈이라도 왔으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진 않아서 비만 줄곧 온다. 여기 와서 파란 하늘을 본 건 딱 하루. 그리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 아무도 롱패딩을 입고 다니지 않는다는 것도 흥미롭다. 정말 무스탕, 코트, 숏패딩, 점퍼, 퍼, 가죽자켓 등등 다양한 종류의 외투를 입고 다니면서 아무도 롱패딩은 안 입는다. 심지어는 거리에서 얇고 비치는 스타킹을 신은 여자들이나 맨다리의 여자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말, 얼어 죽어도 멋이 최고인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아무튼 새로운 환경에 놓이니까 평소 하지 못했던 생각도 하고, 주변을 관찰하는 것 역시 흥미로워서 글을 쓰는 게 재밌다. 꾸준히 써봐야겠다. 그나저나 이 카페에 앉아서 프랑스인 아가를 두 명이나 봤는데, 진짜 너무 예쁘고 귀엽다. 인형 아니야? 그래도 주말은 주말인지 아이와 강아지와 외출 나온, 가족 단위의 파리지엔이 많다. 오늘도 파리 구경하러 가야지. 날이 많이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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