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의파랑 Jan 06. 2020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

대학원 원서 접수를 마무리하며

최근 처음 만나게 된 사람들에게 용기 있다는 말을 꽤 많이 들었다.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아무 기반도 없던 프랑스에 눌러앉아 사는 모습이 그렇게 비친 것 같지만, 사실 나는 매일매일 여전히 내면의 두려움과 맞서 싸우고 있는 찌질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을까 봐 두렵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거기에 실망할까 봐 두렵다. 그 두려움이 너무 큰 나머지 '아예 시도를 안 하면 어떨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괜히 마음 졸일 일도 없을 텐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실제로 대학원 지원을 포기해버리고 싶은 유혹도 있었다. 

그렇게 마음을 몇 번이고 다잡아 가면서 준비했던 대학원 원서 접수가 이제 마무리만을 앞두고 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시 예전의 그 불안과 두려움이 서서히 나를 사로잡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하나하나 공들여 준비했기 때문에 그만큼 더욱 간절해지는 것이라는 걸 알고, 그로 인해 실패가 두려운 것이 당연하다는 것도 알지만 그런 모든 자기 합리화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작아지는 스스로를 마주한다. 

사실 무언가 이루고 싶은 게 생긴다는 것은 인생에 변수를 부여함과 동시에 살아있는 기분을 준다. 오늘 2020년의 1분기, 즉 1월부터 3월까지 이루고 싶은 일을 적어봤는데 여전히 목표로 삼을 일이 많이 남았다는 게 신기했다. 프랑스로 떠나오기 전, 딱히 이루고 싶은 것도 없고 앞으로 내 인생에 별다른 일이 생길까 싶었던 상태, 즐거운 일상은 분명 존재하지만 한편으로 영혼이 죽은 것 같던 상태와 비교해 보면 살아가는 게 참 재밌어졌구나 싶었다.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가야 할 대상으로서의 삶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짜릿한가! 물론, 그로 인한 자잘한 피로와 가끔씩 덮쳐오는 압박감까지 긍정적으로 포장할 만한 에너지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나에게 중요한 것은 '생기', 다시 말해 '삶의 감각'이었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요즘은 종종 생각하는 말은, 해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다. 안다, 세상에서 제일 클리셰적인 표현인 거. 그리고 사실은 그 말을 들으며 몇 번 코웃음을 쳤던 것도 같다. 하지만 올해를 지나오며 어느새 그 말이 좋아져 버렸다. 그렇게 생각해야 곧 해가 뜰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가 뜨고 나면 가장 어두웠던 그 새벽조차 찬란한 빛을 만나기 위한, 피할 수 없었던 과정 중 하나였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게 될 테니까. 그 날이 온다면 나의 그 어두웠던 새벽도 기꺼이 감싸 안아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커뮤니티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방탄소년단 슈가의 노래 가사를 소개하려한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은 무엇보다 어둡지만, 네가 바란 별들은 어둠 속에서만 뜬다는 걸 절대 잊지 마' 그러니 새해에는 별을 띄우기 위해 기꺼이 어둠을 감내할 줄 아는, 혹여나 어디에선가 삐끗하고 넘어질지라도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탓하지 않고 꿋꿋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기를 바라는 바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쾌한 게이 커플과 자존감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