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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의파랑 Jan 25. 2020

유학 가기 좋은 나이가 있을까? 2편

사실 서른도 괜찮아, 정말 그래.


앞선 글에서 말한 것처럼 20대에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더 일찍 스스로를 위한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내가 충분히 나이 먹고 유학을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이유를 들 수 있는데, 첫째는 간절함의 크기다.


보통 30대에 유학 등의 이유로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은 한국을 떠나는 게 간절한 경우가 많다. 이제야 좀 안정적이기 시작한 인생을 버리고 낯선 곳으로 떠나기 위해서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하고, 동시에 그 정도 마음을 먹었다면 떠나온 곳으로 별 소득 없이 돌아가는 것은 이미 선택지에 없을 확률이 높다. 말하자면, 배수의 진을 치고 미래로 발을 뗀 셈이니 뒷걸음질 쳤을 때의 추락이 두렵고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쓰게 된다. 실제로 파리에서 유학하면서 마음이 약해지고 삶이 버겁게 느껴질 때마다 다시 한국에 돌아가서 일을 시작하는 것을 상상하는데, ‘그래도 여기서 이러고 사는 게 낫지’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들어가 봤자 또 외국으로 나오고 싶어질 거라는 이상한 확신이 든다. 하지만 더 어린 나이에 유학을 와 한국에서 회사 다니는 삶을 잘 몰랐더라면 끝도 없는 외로움과 이방인으로서의 불안감에 지쳐 ‘한국에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라고 정신 승리했겠지.


그리고 두 번째, 삼십 대는 자유의 가치를 누리기에 딱 좋은 나이다. 이십 대에는 아무래도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게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사실 지금도 가끔씩 친구들에게서 소외된 느낌이 날 외롭게 만들지만, 조금 나은 점은 내가 원하는 걸 정확히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남들이 하는 정도로 휩쓸려 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 사이의 공감은 얼마나 유혹적인가. 하지만 한편으로 내가 그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남들과 똑같고 싶어서 내가 원하는 걸 포기한다는 건 정말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최근 친구들이 줄줄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당장 별로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진짜 해야 되는 때인 건가 진지하게 흔들리기도 했는데 아무튼 결론은 내가 그걸 원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 먼 타국에서도 이렇게나 종이인형처럼 팔랑대는데 한국에 계속 살았으면 내 종잇장 같은 가치관이 지켜졌으리란 확신이 들지 않고, 어쩌면 그게 날 불행으로 몰아넣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스스로에 대한 탐구가 아닐까? 우리가 우리로 태어난 이상, 우리가 좋아하는 일들을 찾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  세상에 부딪혀가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 찾아가는 것, 그리고 무엇이 우리에게 최선의 선택인지 아는 것. 그게 인생의 전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러니 삼십 대에도 인생은 여전히 재밌고, 나에게는 그 사실이 가장 큰 위안이 된다. 정답을 찾아가는 길에 늦은 게 어딨겠어, 사실 평생을 해도 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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