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그랑제꼴에서 살아남기 2주 차, 도전은 계속된다.
어느덧 마지막 글을 쓴지도 3주가 지났다. 그동안 얼마나 자주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정확히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과 글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 사이의 어느 지점이었지만. 아무튼 애타는 마음과 달리 몸은 하나여서 눈 앞에 닥친 일들을 하나하나 해치우고 나니 이제야 숨을 돌리고 글쓰기 창을 켜도 될 정도의 시간이 났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몇 가지 나열하자면, 3주간의 프랑스어 수업이 종강했고 기말 시험과 조별 발표를 끝냈다. 그 기말고사를 본 당일부터 프랑스 학생들과 처음으로 함께 섞여 조별로 가상의 회사를 운영해보는 Business Game 수업을 이틀간 들었다. 첫날은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그다음 날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총 7라운드에 걸쳐 생산, 마케팅, 재무 등 회사 운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했고, 프랑스어와 영어를 넘나들며 열띤 토론을 하느라 나의 작은 뇌가 폭발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intensive week이라고 해서 한 학기 분량의 수업을 5일 만에 끝내는 코스를 들었다. 내가 선택한 건 그간 두루뭉술하게 관심이 있었던 Luxury Management에 관련된 수업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잘 유명한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에서 한번 일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싹트게 되면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앞으로의 커리어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하여 다른 졸업 필수 과목을 뒤로하고 선택하게 되었다. 루이뷔통, 샤넬, 생 로랑, 디올 등 너무나 친숙한 패션 브랜드를 비즈니스 마인드로 바라보는 게 흥미로웠다. 확실히 럭셔리가 이 나라의 주력 산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번갈아가면서 진행했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듣는 날에는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단점이 있었다. 게다가 한 학기 분량을 일주일에 끝내려다 보니 오전, 오후에 걸쳐 하루에 6시간씩 수업을 소화해야 했고, 종강 날인 금요일에 있을 그룹 발표를 위해 주어진 파트를 조사하고, 피피티를 만들고, 조모임에 참여하다 보니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훅 지나가버렸다.
이렇게 숨 가쁘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도 학교가 꽤 괜찮은 곳이구나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커리어 센터에서 주관하는 CV Review 미팅을 했던 날도 그랬다. CV Review는 커리어 코치와 학생과의 일대일 이력서 코칭으로,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상담 스케줄이 워낙 빡빡해서 오전 수업과 오후 수업 사이 주어지는 한 시간 십오 분 정도의 점심시간에 맞춰 겨우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혹시나 마가 뜰까 했던 염려와는 다르게 커리어 코치는 내 이력서를 같이 훑으며 좋은 점과 수정할 점, 보완해야 될 점 등을 꼼꼼히 지적해주고 참고할 만한 자료들도 같이 보내주었다. 영문이든 불문이든 이력서를 쓰기 시작한 뒤로 이렇게 세세한 피드백을 받기는 처음이라 모든 조언들이 엄청난 도움이 됐다. 게다가 이력서를 수정, 보완하는 과정에서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얘기를 들으니 현지 취업까지의 과정을 잘 이끌어줄 조력자가 생긴 것 같아 든든했다. 더욱 만족스러웠던 점은 사이트를 통해 코치들의 이력을 다 적어놨기 때문에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와 맞는 커리어 코치를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러 나라의 코스메틱 브랜드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코치를 골라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런 일대일 상담뿐만 아니라 커리어 센터에서는 다양한 취업 관련 행사를 진행하는데, 최근에는 LVMH 인사팀에서 그들이 원하는 인재상, 취업 과정과 면접 팁 등을 알려주는 줌 미팅에 참석하기도 했고 몇 주 뒤에 있을 샤넬에서 주관하는 취업 설명회를 신청하기도 했다. 물론 럭셔리 업계뿐만 아니라 파이낸스, 컨설팅 등 여러 경영 관련 분야에 대한 행사가 많기 때문에 관심만 있다면 언제나 자신의 적성과 관심 분야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벨기에나 룩셈부르크 등 해외 취업 세미나도 열리고 업계에 먼저 취업한 선배들의 노하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들도 있다. 그러니까, 아마도 미래가 그렇게 안갯속에 있는 것처럼 막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몸은 힘들어도 계속 나아갈 힘을 얻게 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드디어 본격적으로 첫 정식 학기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 학기는 크리스마스 방학과 연말 전인 12월 중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학기에는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경영 기초 과목을 신청했고, 아까 첫 수업을 가기 전에는 그 수업의 유일한 외국인으로서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용기를 냈을까 스스로를 원망했지만 결국에는 그런 도전들이 나를 성장하게 할 것이란 걸 안다. 한계에 부딪히길 겁내지 않으면서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점들을 하나씩 맨몸으로 깨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