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힘들지, 두 번째는 괜찮을 거야.
오늘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를 갔고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다시 언제 학교를 올 수 있을까?' 그만큼 이번 재봉쇄는 어느 정도 소문이나 언론을 통해서 예상이 된 바였다. 확진자 수는 나날이 치솟아 하루 2-3만 명은 예사였고 5만 명이 넘는 날도 있었을 정도니까 8시에 있을 대통령 담화에서 재봉쇄를 발표할 것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시나리오였다. 다만, 정말 이번 봄처럼 타이트한 기준이 적용될 줄은 몰랐긴 하지만. 어쨌거나 이번 봉쇄 조치는 이번주 금요일부터 12월 첫째 주까지 5주간 진행될 예정이고, 장을 보고 1km 이동 제한 내에서 산책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물론 사유서 지참은 필수다. EU 내 국경은 열어두지만, EU 외의 나라에서의 입국은 제한된다. 내가 다니는 학교도 물론 폐쇄할 예정인데, 올봄이랑 다른 점은 초, 중, 고등학교는 그대로 학교 문을 연다는 것.
오늘 대통령 담화는 어딜 가나 핫이슈였다. 나도 수업 사이 쉬는 시간에 같은 반 친구랑 봉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바르셀로나가 고향인 친구였는데, 부모님이 엄청 걱정하신다며 오늘 대통령 담화가 끝나고 바로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다는 걸 보고 어느 나라건 부모님 걱정은 똑같구나 생각했다. 그 친구는 원래 휴가용으로 끊어둔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타고 내일모레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사실 여기까지 차도 가지고 와서 (그럴 일은 없지만) 하늘 길이 막히면 차를 타고 돌아가면 된다고 했다. 바르셀로나와 파리는 차로 11시간이 걸린다고. 그리고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유럽 각지에서 온 다른 친구들도 역시 학교가 닫으니까 하나둘 자기 집으로 돌아갈 표를 구하고 있다. 정말 유럽에 살다 보면 뭐랄까 서로 다른 나라가 아니라 그냥 엄청나게 큰 나라의 서로 다른 지방 같은 느낌이다. 부럽다, 어딘가 도망갈 곳이 있는 사람들.
그래도, 지난봄과는 다를 거다. 일단 학교 정규 수업, 보충 수업, 과제, 중간고사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봉쇄가 아니더라도 학교나 마트, 집, 가끔 운동하러 가는 호수 외에 딱히 갈 곳도 없었다. 게다가 눈 앞에 닥친 일을 하나 둘 해결하고 나면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훌쩍 지나가 버리는 시간의 속도를 생각해 봤을 때, 반백수였던 봄과 달리 5주가 금세 지나갈 거란 생각도 든다. 사실 놀고 즐길 게 많은 파리에서 살 때야 갈 데 없는 게 두렵지, 단조로운 근교 소도시 생활은 원래부터 지루했기 때문에 봉쇄가 된다고 해도 큰 차이가 없을 거다. 어차피 놀 시간도 없는데 뭐 잘됐다 싶기도 하고 말이다. 걱정이라고 하면, 온라인 수업으로 할 때 현저히 떨어지는 집중력 정도?
두 번째, 학교랑 기숙사, 친구들이 있으니까. 학교는 일단 안정적인 수업 환경을 제공해준다는 게 좋고, 학교에 상주하는 심리상담가 선생님이 있다는 것도 안심이 된다. 그리고 1주일에 한 번씩 화상 회의로 강사님들이 명상 수업과 요가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기숙사는 그냥 나 말고 다른 친구들이 같은 건물에 살고 있다는 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도 하고, 나름 단체 대화방도 있고 한두 명 얼굴을 아는 친구도 있어서 사람의 온기가 정말 너무 그리울 때 SOS를 청할 수 있겠다 생각한다. 내가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알게 된 친구들도 있는데 매일 저녁 화상회의로 apéro(식사 전에 가볍게 한 잔 하는 문화)를 하자는 것도 그렇고, 사실 실없는 소리나 해댈 때가 많지만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예전보다 고립되고 외로운 느낌을 덜 받는 편이다.
소소한 세 번째 이유는, 이제 해가 짧고 밤이 길고 날씨가 후지고 매일 비가 와서 이불 밖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집 밖에 나가는 건 점점 귀찮고 집 안에 있는 건 점점 행복해지는 계절. 밖은 춥고, 안은 따스하니까. 공기가 따스해지고 꽃이 하나둘 만개하는 것을 보며 밖으로 나가고 싶어 안달을 내던 지난봄과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이렇게 무덤덤해지는 게 진짜 내 마음인지, 마음 깊은 곳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얄팍한 노력인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이미 두 달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왜 이렇게 이 상황이 현실적이지 않게 느껴질까? 2020년은 딱 두 달이 남았는데, 그마저도 한 달은 갇힌 채 보내야 한다니. 세상은 참 이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