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이야기, 남색
하얀 도화지 위에 물결처럼 번져 간 남색.
처음엔 차갑고 고요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따뜻한 물결과 별빛 같은 농담으로 내 마음을 물들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다시 웃을 수 있었다.
남색은 차가운 밤바다가 아니라,
내 마음을 비추는 부드러운 별빛, 그런 그녀에게 나는 조금씩, 그리고 조용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일곱색깔 무지개 중 내 마음속 무지개의 한 빛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남색은 깊은 밤바다를 닮았다.
멀리서 보면 차갑고 고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물결과 숨겨진 별빛이 가득하다.
나의 레인보우 중 남색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낮에는 누구보다 날카롭고 논리적인 머리로 직원들의 업무를 살피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조직을 움직이는 지휘자였다.
하지만 퇴근 후 그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했다.
따뜻하고 유머가 넘치며, 작은 농담 하나로 방 안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마법사 같은 친구였다.
그녀와 가까워지게 된 건, 우리가 같은 관사에 머물게 되면서부터였다.
특히 내가 시험에 떨어져 힘들어하던 시절, 무너진 마음을 조심스럽게 두드린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말어뵤이 건네는 위로, 퇴근 후 함께한 시간 속에서 나는 서서히 멍든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다.
마치 별이 흐르는 밤바다처럼, 그녀의 유쾌한 농담과 다정한 눈빛은 깊은 슬픔 위에 잔잔히 번져왔다.
그날 이후, 그녀는 나에게 가장 큰 위로였고, 다시 일어 설 힘이었다.
퇴근 후 함게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 바람에 서로의 옷깃을 여며주던 순간,
무심히 던진 농담에 터진 웃음소리....
그 모든 소소한 장면들이 내 삶 속 작은 기적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직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그녀의 발끝은 음악을 품고 있고, 한 걸음마다 리듬이 피어난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현란한 춤사위는 바람을 가르고, 휙—휙— 소리가 귀에 맴돈다.
그 소리는 어느새 내 마음속에 그림처럼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녀의 모든 것이 빗속에 그리움이 되어 흘러내린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색으로 물든 일곱 빛깔 무지개였고, 비가 내려야만 더욱 선명해지는 그 빛처럼,
우리의 우정과 기억도 비 속에서 더 깊고 투명해졌다.
노란빛은 이제 별이 되어 우리를 지켜보고, 남색은 밤의 파도 속에서 내 마음을 안아준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우리가 함께 보낸 순간들이야말로, 가장 찬란한 무지개였음을.
그리운 밤,
나는 오늘도 그 무지개를 가슴에 품고, 조용히 남색의 무지개를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