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떡볶이 사장님의 집

by 꿈부

"사장님, 주말에 시간 되요? 내 집 좀 상담해줘요."

참 오랜만의 전화다. 예전 사무실 앞에 있던 떡볶이 가게 아줌마다. 늘 인자한 미소와 넉넉한 인심으로 장사를 했었다. 내가 사무실을 옮기고, 아줌마가 가게를 그만두고 요양보호센터 식당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간간이 안부 인사만 했었다. 그 인사를 한 지도 한참 돼서 반가움이 컸다. 여러 팀의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던 참이라 정신이 없었다. 손님들을 기다리게 하고 밖으로 나가서 받았다.

“잘 지내셨어요? 이사하시려나 봐요.”

아줌마는 22평 방 2개짜리 아파트를 분양받고 23년여의 세월 동안 이사를 한 번도 안 했다. 아이들 학교, 장가보내도록 복작복작 잘 살았고, 집 욕심이 없어서 22평 방 2개도 넉넉하다고 했었다.




자주색 패딩 잠바를 입고, 날씨가 추워졌다며 웃으며 들어온다. 밑반찬 몇 개를 싸 왔다. 본인 드실 거 하면서 조금 더 했다며 반찬을 꺼내놓는다.

“뭘 이런 걸 챙겨오셨어요? 무겁게.”

“맛이 입에 맞을지 몰라요. 도시락 싸 다니잖아. 같이 먹어요.”

“감사합니다. 집은 어느 쪽으로 이사하시게요? 넓혀가시게요?”

대부분의 손님처럼 당연히 30평대로 이사하려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왜 이사를 하지하는 생각도 했다. 몇 년 전 첫째 아들을 결혼시키고, 이번에 둘째 아들을 결혼시킨다고 했다. 둘째 아들의 신혼집을 몇 달 전에 알아봐 줘서 굳이 넓혀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 둘이 사는 데는 불편한 게 없어요. 넓지. 그런데 명절 때 아들 며느리 네 명이 보태지니까 앉을 자리가 좁더라고. 아들들은 괜찮은데 남의 식구 들여오니까 눈치가 보이네요. 크게 넓혀가지는 못하고 24평 방 3개짜리로 알아봐 줘요.”




두 손을 무릎 위에서 연신 비비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걱정 반 기대 반의 표정으로 조용히 말을 한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 안경너머로 보이는 아줌마의 눈가 주름이 접히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아저씨께서 말단 기술직 공무원이고, 아줌마는 떡볶이 장사도 하고, 요양보호사로도 일하다가 이제는 요양보호센터 식당에 다니기까지 일없이 쉬어본 적이 없다.

“빚은 없어요. 그런데 돈 불리는 재주가 없어서 모아놓은 돈은 별로 없어요. 내가 이 집 팔아서 넓혀갈 수 있는 집을 좀 알아봐 줘요. 대출은 최대한 적게 받고 갈 수 있는 집으로 해주면 좋겠는데….”

아줌마가 말끝을 흐리고 얼굴은 빨개진다. 가슴 한쪽이 저릿하다. 머릿속으로는 계산기를 돌린다. 이 집을 팔면 얼마 정도 되고, 조금 덜 오른 단지의 24평이 얼마니까 하면서 머릿속의 계산이 빨라진다. 물건지 부동산으로 전화를 건다.

“사장님, 혹시 좀 저렴하게 나온 매물 없어요? 지금 볼 수 있는 것 좀 보여주세요. ”

“응. 12월 안으로 잔금 하는 조건으로 급매 있어. 양도세 때문에 팔아야 하거든. 다른 데서 본다고 하니까 지금 빨리 와서 봐. 다른 건 볼 것도 없어. ”

다행이다. KB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이다. 그러면 22평 아파트를 매도하고도 남을 듯하다. 남는 돈으로 수리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마음이 급하다.




아줌마한테 떡볶이 가게를 할 때 넓혀갈 집을 미리 사놓으라고 했었다. 그때는 시기적으로 10년 이상 집값이 그대로이다 보니 얼마나 오르겠나, 더 떨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면서 결정을 미뤘었다. 아줌마는 이제야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넓은 집으로 가야 할 시기와 맞물리면서 서둘러서 나왔다.

“더 늦추면 영영 22평 방 2개짜리 집에서 이사를 못 할 것 같아요….”

집은 방 3개의 2-베이 구조로 구축의 전형적인 구조다. 임차인이 살던 집으로 관리가 안 된 집이긴 하지만, 베란다 앞으로 산이 보이는 전망이 시원하다. 아줌마의 표정이 설렌다. 전망이 좋다고, 방도 하나 확장되었다고 하면서 욕실도 살펴보고, 뒤 베란다도 나가본다. 싱크대 물도 틀어보고, 욕실 변기 물도 내려본다. 안방에 가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음 폭으로 방 폭을 가늠해보고, 앞 베란다로 나가서 창고 문도 열어보고 결로를 확인한다.

“좋네. 가격도 저렴하고. 어떻게 해야 하죠? 이 집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아줌마의 목소리가 상기되었다. 마음에 드나 보다. 오랫동안 부동산 계약을 할 일이 없으셨던 아줌마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눈을 크게 뜨고 끔뻑인다. 그 모습에 웃는다.

“사무실 가서 설명해 드릴게요.”




사무실에 들어와서 아줌마의 자금계획을 들어보니 이걸 어째야 하나 싶다. 계약금 넣을 여윳돈이 없다. 단순하게 22평 집을 매도해서 24평 집을 사면 되지 했단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가장 돈이 적게 들어갈 집은 지금 보고 온 급매물이다.

“음…. 오늘 계약금 일부는 우선, 제가 넣고, 12월까지 살고 계신 집이 나가면 좋겠지만, 안 나갈 확률이 높아요. 그러니까 우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받고, 나머지는 제가 융통해드리고 22평 매도되면 주는 거로 진행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떠세요?.”

“난 잘 몰라.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사장님이 알아서 해줘요.”

도와주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주고 싶었다.

은행별 상담사에게 전화를 건다.

“현재 조정지역 1주택이고, 조정지역의 집을 매수하려고 하는데요, 연봉은 부부합산 7000만 원이 넘지 않으니까 보금자리 대출이 가능한 거죠? 현재 가지고 있는 집은 바로 매도예정입니다”




은행별 상담사한테 일일이 대출금액과 대출 조건을 알아본다. 법무사한테 취·등록세도 확인한다. 제일 나은 방법을 찾아본다. 입술이 탄다. 이율이 저렴한 보금자리론으로 대출을 하고 신용대출을 좀 더 하면 모자라는 잔금을 보태줄 수 있을 듯하다. 아줌마한테 대출에 대한 설명과 중도상환수수료에 관해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사는 집의 매도에 대한 계획까지 설명을 했다.

그 때 상대부동산에서 전화가 온다.

"다른 부동산에서 손님 델구 온데. 실거주라며? 얼른 해."

옆에 있던 아줌마는 빨리 진행해달라고 한다.

“사장님, 계좌주세요. 12월 말 잔금이라고 했죠? 임차인은 언제 나가죠?”

임차인의 전출 날짜를 확인하고, 등기사항증명서 상 소유주도 확인하고나서 매도인 계좌로 계약금 일부를 입금한다.

“미안해요. 사장님한테 미안해서 어떻게 해요. 난 집 팔고, 다시 사면 된다고만 생각해서 계약금은 생각도 못 했어요. 미안해요.”

아줌마는 미안하단 말을 여러 번 한다.




“오늘 입금 안 하면 매물 놓칠 거 같아서 제가 먼저 한 거예요.”

“월요일에 보험약관대출 알아봐서 계약금 만들어볼게요.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엄마를 보는 듯하다. 굵게 말린 파마머리의 머리카락이 아줌마의 얼굴로 내려왔다. 머리카락을 올려준다. 그리고 아줌마의 두 손을 잡고, 눈을 보면서 말한다.

“다행이에요. 사는 집 매도하면 많이 보태지 않아도 돼서. 잘 마무리해 봐요.”

아줌마가 안아준다.




우선 계약금 일부를 넣었으니 매물은 잡아놨다. 월요일엔 잔금을 어떻게 치러야 할지 계획을 세워봐야 한다. 나의 여윳돈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보지도 않고 일을 질렀다. 어떻게든 되겠지.

집에 돌아간 아줌마의 전화가 이어진다.

"거기 세입자는 언제 나간대요? 나가는 거 맞죠?"

계약갱신청구권을 걱정한다. 혹시나 세입자가 안 나가면 어쩌나 걱정된다고 한다.

"세입자는 월세 세입자로 미리 나간 데요."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가 온다.

"쉬는데 미안해요. 수리비는 얼마나 나올까요?“

아줌마가 웃고, 나도 웃는다.

아줌마의 새집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쉽게 끝날 거 같지 않다.

작가의 이전글가난했던 지난날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