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밤마실, 그리고 살아내는 우리
일요일 저녁.
밤마실을 다녀왔다.
친정엄마 댁에 들렀다가,
한가득 얻어온 감자들을 보며
동네 친구들이 떠올랐다.
꿈부모임 단톡방에 올렸다.
"영통사는 분들 중 감자 필요하신 분 걘톡 주세요."
바로 나온단다.
부르면 나오는 친구들이 가까이 있어서 좋다.
같은 동네, 같은 시기에
나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내는 사람들이다.
아이들과 저녁을 부랴부랴 먹고
스타벅스에 모였다.
차 한 잔 앞에 두고,
삶의 무게를 담담히 꺼낸다.
"괜찮니?"
새벽에 청소하고
우유배달하고
낮에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 와중에 그림책 작가의 꿈을
놓지 않는 친구다.
그 친구는
그 모든 하루를 살아낸다.
그리고, 웃는다.
"그래도 새벽3시쯤엔 엘레베이터가 1층에 있어요."
그 삶의 속내를 아는 난
그 웃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걸 안다.
치열하게 견디어내고 있는 힘을 본다.
'강인함'.
그 힘에 담기는 꿈에 대한 사랑의 크기가
얼마나 큰 지도 알고.
대단하고 대견한 친구다.
또 다른 친구의
또 다른 삶의 무게도 듣는다.
그렇게 2시간이 훌쩍 지났다.
감자 한 봉지씩 들고
집으로 향하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나도 묻게 된다.
"난 지금 어떤 강인함으로 살고 있는 걸까?"
사실, 요즘 힘이 바닥이다.
허무함에 가까운 감정이 자주 올라온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때,
그 무력감이 마음을 짓누른다.
잘 살고 있는 걸까.
뭘 더 한다고 정말 나아질 수 있을까.
막막한 마음이 불안을 키운다.
버틴다는 말보다
살아낸다는 말로 말이지.
어떻게든 살고있다.
살아야 하고,
살아내야 하니까.
"35살 이후에 만난 친구가 진짜인 듯 해요."
그런 듯도 하고.
그 삶을 채우는 시간에
이런 친구들이 있어서
조금 더 잘 살아가고 있다.
다행이고, 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