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사람

처음, 1억을 대출받는 예비아빠

by 꿈부


다음달이면 딸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그는 큰 맘 먹고 집을 샀다.


그냥 한 사람의 남자일 때와 남편만의 역할을 할 때와 아빠로써의 책임이 더해질 때의

마음의 무게는 다를 것이다.







“1억이요…?”

그는 서류를 들고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망설였다.




작은 전셋집에서 시작했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옮기고 싶다고 했다.

집을 보다보니 마음에 드는 집을 사기에 약간의 돈이 모자르다.




아이를 생각하니 수리도 좀 해야할 것 같다. 방도 예쁘게 꾸며주고 싶다. 아내가 원하는 부엌도 만들어주고 싶다.그러다 보니 예산이 조금씩 늘어난다. 등기비, 이사비 등등 이래저래 쓸돈을 계산해보니 좀 빡빡하다.

그래서 대출을 받는 금액이 1억이다. 다른이들의 대출금액을 생각하면 작을 수 있겠지만, 외벌이로 절약하며 살던 그에겐 상당히 큰 금액이다.


대출 서류를 보고, 옆에 앉은 아내 보기를 여러 번 반복한다.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1억 원 대출 계약서’에 자서를 하는날이다. 계산기로 두들겨보기를 여러번이다.

"갚을 수 있겠지?"

"아껴써야지."

두 부부는 웃으며 서로를 격려한다.


30대 중반의 키가 180cm가 넘는 거구의 예비아빠가 어찌나 긴장을 하던지...

사인하는 손끝이 떨렸다. 식은땀이 나는지 몇 번이고 손을 바지에 비볐다.


"생전 처음 대출을 받으니 얼마나 떨려."

옆에 계시던 장모님이 웃는다. 그 긴장감을 덜어주려는 말인데 예비아빠는 웃지를 못한다. 은행상담사가 시키는대로 이름쓰고 서명하고, 설명듣기에 집중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큰 긴장이다.



이름을 쓰고 싸인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몇 번이고 한숨을 쉬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다.


“이걸… 40년 동안 어떻게 갚죠?”


작게 내뱉은 그의 말에 나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그건 선생님이 모두 다 갚는 거 아니에요. 집이 갚는 거예요.살다가 이사를 하면서 팔게되면 뒤에 오는 매수인의 돈으로 갚아요. 시간은 집값을 올릴거고 그러다 보면 집이 스스로 갚게 돼요.”


안도의 숨을 쉬면서도, 그 얼굴에는 새로운 책임감의 결심이 보였다.


누구나 처음은 두렵다.

집을 사는 것도 처음,

빚을 내는 것도 처음,

아빠가 되는 것도 처음,

가족을 꾸려나가야 하는

가장이 되는것도 처음이다.


하지만 두려움만큼 그는 단단해질 거다.

조금 더 어른이 되고, 조금 더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리고 진짜 아빠가 되어갈거다.


마음 따뜻해지는 처음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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