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사람

나는 집을 중개하지 않는다

by 꿈부

“중개업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가끔 고객이 묻는다.
나는 대답한다.
“2014년부터니까 햇수로 13년 정도 됐어요.”
그리고 그 뒤에 꼭 덧붙인다.

“그런데 저는 집을 중개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집을 보여주고, 계약서를 쓰고, 잔금을 치르고.
그게 부동산 중개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맞다. 그게 형식상의 일이다.
하지만 내가 진짜 하는 일은, 그 집을 살아갈 사람의 오늘을 듣고,
그 집을 떠나는 사람의 어제를 묻는 일이다.


집을 사러 오는 이도, 집을 팔러 오는 이도 상황들을 이야기한다.

어떤 집을 구하는지, 어떤 집을 내놓는지 그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난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간다.

누군가의 삶이 끝나는 자리에,또 다른 누군가의 삶이 시작된다.

그 두 삶의 교차점에 있는 내가 조금은 따뜻한 안내자이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숫자만으로 중개하지 않는다.

삶을, 그리고 마음을 연결한다.


어떤 날은 딸 한명과 젊은부부가 찾아온다.
첫 집을 마련하는 이 가족과 집을 보는 내내 난 미소가 끊이지않는다.

이 부부의 최우선 순위는 아이다.

아이를 위한 햇살과 아이가 씻을 욕실, 아이를 위해 요리할 부엌...

가족은 꼼꼼히 둘러보고 행복해한다.

가격보다 잘 살아갈 하루들을 그리는 그 가족에게 잘 맞을 집을 연결해주고 싶다.

그런 집을 중개하고 싶다. 그 집은 이 가족의 처음이다.

가격표가 성장하는 것도 고려하고, 가족이 성장하는 것도 고려한다.

그 성장안의 행복이 자라는 게 제일 크다.


매도인은 때때로 말하지 않는다.
말없이 열쇠만 꺼낸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손에 남아 있는 시간의 무게를.

"여기서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자라 이제 대학을 갔어요."
말하지 않아도 안다.

낡은 벽지 한 귀퉁이에 그려진 아이의 키를 잰 자도, 마루 한쪽 스크래치에도, 그 집만의 시간이 묻어 있다.

그런 집을 보낼 때, 나는 계약서보다 작별 인사를 먼저 건넨다.

그 안에 켜켜이 쌓인 추억들을 매도인의 눈과 기억에 잘 저장되길 바라며 빠진게 없는지 챙긴다.

그래서 나는 집을 중개하지 않는다.


집은 사람의 삶이 담긴 공간이다. 나는 그 삶과 삶 사이를 잇는 다리를 놓는다.
그 다리를 건너는 동안, 사람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사는’ 법을 배운다.

누군가에겐 처음이고, 누군가에겐 끝이다.

그리고 나는 그 처음과 끝 사이에 잠시 머문다.


계약서는 하루를 기록하지만, 집은 시간을 품는다.

나는 그 시간 사이를 중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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